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다양한 변모를 꾀하고 있는 신(흥)영성운동의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험’이 강화된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사회 속에서의 신자들의 활동이 이윤 추구라는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교육 등 교회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내용은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가 5월 22일 오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인의 종교 심성 변화와 새 복음화 전망’을 주제로 연 워크숍에서 나왔다.
복음화위원회의 올해 중점 연구 과제인 ‘새복음화’에 대한 모색 차원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이날 워크숍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신영성운동의 현실과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주제 발표에 나선 고려대 노길명(세례자 요한?사회학) 교수는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의 원형은 하늘에 대한 신앙과 무교(巫敎) 신앙”이라고 밝히고 “외래 종교가 점점 해원(解寃)과 신바람을 중요한 특성으로 하는 무교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 교수는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 경쟁주의, 업적주의, 권위주의 등의 사회풍조와 이어지는 ‘현대성’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탈현대성’의 흐름에 주목하고 “현대사회의 합리성에 대한 반발과 함께 신비적이고 초월적이며 영적인 것에 대한 관심으로 20세기 후반부터 ‘무(巫) 체험’, ‘기(氣) 체험’, ‘성령 체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그는 “조직화와 체계화에 대한 반발은 제도교회로부터의 이탈현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역설하고 “‘종교의 일상화’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종교화’ 또는 ‘문화의 종교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상생활 자체가 종교적 의미로 채색되는 상황은 제도교회로부터의 이탈과 함께 ‘종교 변용’으로 이어지고, ‘보이지 않는 종교’의 확산을 낳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노 교수는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크게 확산된 ‘기 수련 운동’을 비롯해 뉴에이지 운동, 정신세계 운동 등 ‘보이지 않는 종교’ 유형들은 새로운 형태의 종교이거나, 적어도 ‘대체종교’로서의 기능을 한다”고 밝히고 “신영성운동이 제도종교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영성’이나 ‘구원’을 하나의 상품으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역설했다.
제도종교로서 가톨릭교회가 위협 받고 있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사목적 대안으로 노 교수는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과 복음의 올바른 연결 노력 ▲현대인들의 점증하는 영성 체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내적 치유나 영성 개발과 관련된 사목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본당을 비롯한 신자공동체 운영방법 개선 ▲문화의 복음화 등을 꼽았다.
이어진 토론에서 인천교구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는 “우리나라는 모더니즘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들어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양상이 극렬하게 관찰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신자들이 목말라하는 ‘성스러움’과 ‘초월’에 대한 체험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향숙 수녀(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는 “교회가 중산층화되면서 대사회적인 역동성을 잃고 있다”고 역설하고 “사회적 위치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지닐 때 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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