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은 전투다. 강해야 이긴다. 각개전투.”
사제들이 성당이 아닌 훈련소에서, 제구가 아닌 총을 들었다.
대한민국의 군종장교가 되기 위해 9주 동안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13명의 사제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종합각개전투 교장에서 그들을 만나봤다.
5월 19일은 지형지물훈련과 숙영이 있는 날. 교장 앞에는 야간 숙영을 앞두고 작은 천막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넓은 교장을 헤맨 끝에 군종사관 60여 명이 훈련받고 있는 2대대 훈련장을 찾았다. 얼굴에는 위장크림을 발라 누가 사병이고 누가 군종사관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사제들은 3kg 가까운 소총을 들고 지형지물을 하나하나 넘어 목표지점을 향해 갔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에 통나무와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흙바닥에 포복을 하면서 사제들의 온 몸은 땀과 흙먼지로 범벅이 됐다.
오랜만의 고된 훈련으로 사제들은 점차 군인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매서운 눈빛과는 달리 표정만은 즐거워 보였다.
중대장후보생인 장윤철(마르첼리노) 신부는 “아침 나팔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것이 아직 적응이 안 된다”면서도 “앞으로 만날 신자들을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이날은 또 특별한 방문자가 사제들을 비롯한 군종사관들을 찾아왔다. 군에 있는 신자들을 생각하며 힘든 훈련을 견디고 있는 사제들을 격려하기 위해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와 훈련소장 이태우(토마스) 소장을 비롯해 선배 군종사제들이 위문을 왔다.
이 자리에서 이 주교는 “논산에서 병영체험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나중에 임지에 가서 병사들과 이야기할 때 공감대 형성도 할 수 있고 군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군종사관이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강한 군대’를 지향하는 국방부의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시행됐다. 약 2주간 (3,4주차 교육) 육군훈련소에 머물며 이들이 받는 훈련은 ‘병 체험 훈련’이다.
신병들과 함께 어울려 훈련과 교육을 받으면서 군 생활과 병사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서 화생방은 물론 야간 행군, 각개전투 등 신병들이 훈련소에서 받는 훈련들을 함께했다.
2주 훈련 중 주일에는 연무대 성당에서 같이 훈련받는 신병들과 미사를 봉헌했다. 세례식에도 함께하며 500명의 신병들에게 세례를 주기도 했다.
조완(리카르도) 신부는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군종사제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 정신적으로는 더욱 편안하다”며 “장병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그들에게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임지에 가서 그 부분을 채워주고 싶다”면서 군종사제로서의 의지를 불태웠다.
처음으로 군종사관들이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는 만큼 국방부와 훈련소 측에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고민수 신부(백운본당 주임)가 훈련지원관 신부로 파견돼 사제들에게 어머니로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연무대본당에서도 간식과 약 등을 제공하고 훈련에 지친 사제들이 쉴 수 있도록 휴게소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군종사제들의 훈련에 도움을 줬다.
지난 4월 28일 입대한 사제들은 6월 26일 오후 2시 3사관학교에서 임관식 후 부임지로 발령받고 본격적인 대한민국 군종사제로서 사목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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