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다녀올게요. 약은 잘 구별해서 꼭 챙겨 드시구요.”
“불편한 몸으로 어딜 간다는 거예요. 그러지 말고 내가 마사지 해줄테니 오늘은 집에서 쉬어요.”
5월 23일 오전 8시 서울 연희동. 함께 투병중인 정숙자(엘리사벳·63·서울 홍은3동본당) 김양길(68)씨 부부는 서로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2004년 3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 정씨는 오른발 마비증상으로 잘 걷지 못하는 상황. 남편 김씨도 2002년 심장판막대치수술을 받은 후로 병세가 악화돼 현재 울현성 심부전, 류마티스성 승모판 협착증, 빈혈 등을 앓아 성한 곳이 없는 상태다.
요즘 아내 정씨는 물리치료가 시급하지만 돈을 아낀다며 매일 아침 집 앞 안산을 오른다. 남편 김씨가 집을 나선 아내가 걱정됐는지 베란다로 나가 아내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물리치료비를 아껴 남편의 약값에 보태려는 아내의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내딛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복받쳐 올랐다.
“휴…. 평생 저와 자식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볼 새가 없었나봅니다. 항상 가족이 먼저인 사람이었어요.”
그동안의 십자가가 너무 무거웠을 아내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심한 빈혈로 외출도 하지 못하는 남편은 그저 멀리서 아내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내는 유일한 희망이었죠. 한복공, 위탁모 등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항상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어요. 피곤한 내색 한 번 안 한 사람이었는데….”
남편의 약값과 자식 학비를 벌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일만 한 정씨는 결국 당뇨병을 얻었다. 치료를 잘하면 크게 문제될 일이 없었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을 돌보는 것은 잊은 지 오래다.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합병증으로 고혈압, 안질환 등이 정씨를 괴롭혔고 급기야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기초생활 비수급자인 정씨 부부에게 유일한 수입은 홍은3동본당 나눔의 묵상회에서 보내주는 월 5만원이 전부다. 지금까지는 직장을 다니는 딸 재경(37)씨와 아들 기택(34)씨가 약값을 보탰지만 경제가 어려워 모두 권고사직을 당한 지금은 막막한 상황이다.
남편 김씨는 자신보다 아내가 더 걱정이다. 아내의 투병이 자신의 탓으로 여겨졌다. “아내가 빠른 시일 내에 물리치료를 받아야 되는데 걱정입니다. 물리치료만 받아도 많이 호전된다고 하는데…. 아내에게 평생 빚만 지고 살았어요. 평생 안고 갈 마음의 빚을 갚고 싶습니다.”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1006-792-000001 농협 703-01-360421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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