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더지’가 땅을 판 것을 보고 흡족해하는 사제가 있다. 두더지가 땅을 팠다는 것은 지렁이가 늘어났다는 증거고, 지렁이가 늘어났다는 것은 땅이 건강해졌다는 증거기 때문이다.
“제가 농사를 하는 것은 ‘사명’보다는 ‘즐거움’ 때문입니다. 나물 뜯고, 열매 따고, 자연이 주는 ‘즐거움’은 정말이지 굉장하지요.”
의정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가 창립됨에 따라 본부장으로 임명된 김규봉 신부는 ‘농촌사목’의 이유를 ‘즐거움’에서 찾았다. 그는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된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신부는 현재 의정부교구 관할인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분회에서 두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미사로 하루를 봉헌하고, 농사리듬에 맞춰 일상을 살아간다.
“의정부교구는 서울에서 분리돼 나오면서 이미 농촌사목을 하고 있었어요. 이번 우리농 창립은 그 모습을 조직적으로 갖추고 모두에게 드러내는 자리죠. 생명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자리로서도 의미가 있어요.”
그는 의정부교구 우리농 창립에 대해 ‘생명에 대한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교구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앞으로 그의 어깨는 무겁다.
“농법보다는 ‘원칙’이 문제죠.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얼마나 생명의 주관자 하느님이 만드신 기존의 것 그대로 수확하느냐가 중요해요.”
그는 ‘노동사제’가 되고 싶었다. 우선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함께 노동하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로 인해 죽어가는 ‘자연’, 농촌 현장에 투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간 농촌현장에서 농사를 배우며 익혔다.
무농약과 무비료로 농사를 짓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다. 하지만 그를 가장 답답하게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가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누구나 생명의 위기를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모든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공감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는 사람 사이에서만이 아닌, 더 나아가 피조물 전체가 누려야 하는 문제니까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