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은 천주교의 상징이자 명동의 랜드 마크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방문객들이 종교와 상관없이 명동성당을 찾는다. 그들은 기도를 하며 하느님께 다가가기도 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고 간다. 또한 복잡한 거리에서 벗어나 종교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이런 여유로움은 성당 구석구석에 배치된 성물들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성당 뒷마당에 마련된 성모동산을 비롯해 사제관 앞에 자리한 고(故) 장동호씨 작의 ‘예수 사형선고 받으심’(1994년 작)과 김대건 신부의 흉상 등 성물들은 명동성당이라는 공간과 어우러져 마음의 안식을 독려한다.
특히 성당 앞에 위치한 ‘예수성심상’은 온화한 표정으로 명동성당 들머리를 올라온 이들을 인자하게 맞아준다.
화강석으로 다듬어진 작품은 원로 조각가 최종태(요셉) 서울대 명예교수의 작품으로 성당 내부의 십사처와 함께 1987년 제작됐다. 같은 해 11월 22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집전으로 축성식이 봉헌됐다.
인간을 향한 인간적이며 신적인 사랑을 예수의 육체적 심장으로 상징화한 여느 예수성심과는 달리 명동성당의 예수성심상은 세상풍파에 상처 받은 사람들을 안아 줄 듯 양팔을 수평으로 벌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중병을 앓다가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은 김수태(아우구스티노)와 장순화 부부가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봉헌한 감사헌금으로 만들어졌다. 하느님이 주신 은총에 감사하는 두 부부의 마음이 깃들어 있어서인지 2m15㎝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예수성심상의 표정은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제작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도 작품에 내재돼 있다. 최 교수는 ‘한국 주요 성당의 가톨릭 성미술품 현황과 특징에 관한 연구’(류제봉/경희대 교육대학원)라는 논문을 통해 “제작시기였던 80년대의 시대적 아픔을 위로할 수 있고 악한 세력으로부터 교회를 보호하기 위한 암묵적인 무언의 표현”이라며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성당에서는 봄부터 예수성심상 아래와 사제관 앞 쪽에 방문객들이 쉴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 놓는다. 바쁜 일상에 가끔 도심 속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명동성당을 찾아가보자. 예수성심상이 두 팔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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