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리구 동천성바오로본당(주임 조한영 신부)은 2003년 9월 수지본당에서 분가했다.
당시에는 신자 수 884명. 건축비도 부족한 공동체가 곧바로 성당을 짓기에는 너무나 무리가 따랐다. 공동체는 그렇게 첫 걸음을 뗐다.
당장 어디서 미사를 봉헌해야 할지 막막하던 신자들. 희망이 보였다. 성당부지 옆 폐업한 섬유공장에서 공장건물 식당과 기숙사 공간을 무료로 내줬다. 비신자였던 공장 사장은 본당 신자들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새 성당을 짓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선뜻 건물을 내줬다. 건물을 개조해 임시 성당을 마련하고 2004년 1월 15일 입당미사를 봉헌했다.
하지만 임시성당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9개월 만에 다시 공장 건물을 비워줘야 했다. 신자들은 다시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됐다. 아예 천막으로 임시성당을 만들기로 신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건물을 빌려줬던 섬유공장 사장은 이때도 천막성당을 짓는데 보태라며 거금을 지원해줬다. 본당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사랑을 전해 준 섬유공장 사장은 신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은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2004년 10월 27일 천막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했다. 천막성당은 비바람만 겨우 피할 정도였다. 때마다 찾아오는 더위와 추위는 막을 수 없었다. 대책을 강구했다. 어디선가 중고 에어컨을 구해오고 천막 지붕에 관을 달아 물을 뿌려 더위를 막았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2008년 6월 28일, 꿈에도 그리던 새 성당에서 입당미사를 봉헌했다. 2006년 10월 14일 기공식 미사를 드린 후 1년 8개월 여 만. 신자들의 마음이 한데 모인 작지만 아름다운 성당이었다.
새 성당에는 신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본당 외관이 갖춰지자 내부를 완성할 신자들의 영적, 물질적 봉헌이 이어졌다. 성당에 필요한 물품이 생길 때마다 먼저 나서서 자신의 것을 나누겠다는 신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건물 내부 창문의 작은 커튼 하나도 본당 여성 신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구해왔고 성전 2층 성가대석에 놓인 파이프 오르간도 한 신자가 봉헌했다. 성당 옆으로 조성되는 작은 공원에 소나무도 기증했다. 마당에 들어선 성 바오로 상도 본당 신자 조각가의 작품. 추명희(젤뚜르다)씨는 본당에서 주보성인인 성 바오로 사도 상을 마련하려 했지만 예산이 빠듯해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을 듣고 자신의 작품을 봉헌했다. 이렇게 역동적인 사도 바오로 상이 완성됐고 추씨는 성 바오로 사도 상외에 성당에 놓을 십자가의 길도 제작했다.
본당 홍보분과장 김해진(브르노·42)씨는 “우리 본당은 겉에서 보기에는 아파트촌의 도시 본당 같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신자들은 영락없는 시골 인심을 갖고 있다”며 “주임 신부님을 필두로 본당을 위해 봉사하고 함께 어울리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신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자들은 비단 성당을 짓는 데에만 몰두했던 것은 아니었다. 영적성장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2007년 초부터 교무금과 봉헌금의 10%를 떼서 주변에 소외된 이웃과 어려운 본당을 지원하고 있다. 성당을 짓는 기간과 맞물린 지난 3년 간 선교운동도 펼쳐왔다. ‘선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심는 사업’이라는 목표로 가두선교를 벌였다. 지역주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봉헌식을 앞두고 새벽기도, 9일기도, 고리기도, 단식기도도 봉헌했다. 신자들은 새 성당 봉헌식을 계기로 본당의 역사를 새로 써 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6월 11일. 머릿돌이 세워졌다. 머릿돌에는 ‘기쁨 기도 감사의 전당’(1데살로니카 5,16~18)이라는 구절이 새겨졌다. 본당 주임 조한영 신부는 “머릿돌에 새긴 구절은 바오로 서간 중에 신자들에게 권고하는 말씀”이라며 “그 말씀처럼 앞으로 우리 신자들도 항상 기뻐하고 기도하며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 신자들이 되고 이 성당 또한 그러한 전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당 내·외부는 깊은 의미를 간직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성물로 눈길을 끈다. 대성당 창은 사도 바오로의 생애를 담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채워졌다. 종탑 십자가는 가운데 중(中)자와 마음심(心)자가 합쳐져 충(忠)자를 나타내고 있다. ‘십자가를 중심으로 주님께 충성을 다한다’라는 의미다. 대성당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십자고상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이용해 성체성사를 비롯한 7성사와 교회의 상징을 표현했고 성당의 방풍문에도 스테인드글라스로 12사도의 문장을 장식해 성당을 찾는 모든 이들이 사도전승의 신앙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성 바오로를 주보성인으로 모신 본당은 바오로 해 개막과 함께 입당미사를 봉헌했고, 이제 폐막에 즈음해 꿈에도 그리던 봉헌식을 갖는다. 새 성당 봉헌식은 6월 27일 오전 10시30분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열린다.
본당은 봉헌식을 앞두고 축제를 준비했다. 많은 이들과 함께 새 성당 마련을 기뻐하고자 6월 26일 오후 7시30분 새 성당에서 ‘새 성전 봉헌 축하 기념 음악회’를 마련한 것. 로사리오 성가단과 중견 성악가들이 함께하는 이번 음악회는 특별히 103위 성인 시성 25주년을 기념해 순교성인들의 신심을 마음에 새기는 ‘순교자 현양마당극’으로 꾸며진다.
※ 공연 문의 031-263-4013 본당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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