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받을 때 모든 죄가 다 없어졌다고 배웠는데 전대사는 왜 필요하지? 그리고 고해성사로 죄를 다 사함 받을 수 있는데 전대사는 왜 필요하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 선종 150주년을 맞아 사제의 해를 선포하고 특별 전대사를 내렸지만 정작 많은 신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 전대사가 무엇인지 모르니 전대사를 받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그나마 전대사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신자들도 왜곡된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대사가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두자.
▨ 전대사란?
가톨릭 신앙인은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사함 받는다. 하지만 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영혼에 새겨진 ‘아직도 남은’ 잠벌이 있다. 다른 사람의 돈을 훔친 사람이 회개를 통해 죄는 뉘우쳤지만, 아직 돈을 돌려주지 못한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돈이 생기면 돌려주겠다고 늘 마음으로 다짐하고 결심 하지만, 정작 갚을 돈은 그렇게 쉽게 모이지 않는다. 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고해성사를 통해 죄에 대한 영벌은 사함 받지만 잠벌은 여전히 남는다. 이 잠벌은 연옥에서의 고통을 통해 갚아야 한다. 전대사는 이러한 잠벌을 한꺼번에 면제해 주는 것이다.
전대사는 대사(大赦)의 일종으로 대사 중에서도 죄에 따른 잠벌(暫罰)에서 전부 풀리는 ‘전면대사’를 말한다. 가톨릭교리서는 죄과에 대한 벌을 모두 면제받는 것을 전대사, 부분적으로 면제받는 것을 부분대사 또는 한대사라고 가르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471항).
▨ 전대사의 유래는?
전대사의 유래는 초기 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교회 사도들은 신자가 죄를 지으면 공동체에서 쫓아내기까지 했다(1코린 5, 2~13). 하지만 죄인이 속죄하면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받고 공동체에 다시 참여할 수 있었으며, 사도들 또한 교회 공동체가 죄인의 속죄를 위해 함께 용서를 간구할 것을 권유했다(야고 5, 16). 이후 속죄자(죄를 짓고 회개하는 자)는 교회가 정한 엄격한 보속을 실천하였고, 교회는 그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함께 용서를 구했다.
이후 박해 시대를 거치면서 교회는 배교했다가 참회한 신자들을 엄하게 단죄하기보다는 다시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게 되는데, 이것이 고해성사 제도의 도입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보속이 너무 엄격했다는데 있다. 초창기에는 보속이 엄하다보니 지키지 못하는 신자들이 많았다. 요즘의 약한(?) 보속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데 엄한 보속을 더더욱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보속을 잊거나, 미처 하지 못한 경우 그 영혼들은 연옥에서 잠벌을 마저 갚아야 한다.
이렇게 연옥에서 고통 받는 영혼들을 위해 교회는 살아 있는 신자들이 대신 보속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살아있는 신자들에게도 기도와 성지순례 등 신심행위 및 자선 행위가 보속의 한 방편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대사는 이처럼 고통 받는 영혼들을 위해 초세기부터 교회에 의해 내려온 것이다.
▨ 중세 때 ‘면죄부’가 전대사?
중세 때 교회에서 일부 전대사가 남용 혹은 오용된 일이 있었다. 15세기 중엽, 전대사를 받기 위한 전제 중 하나인 이웃을 위한 선행이 간편한 현금 지급으로도 가능해 지면서, 한 때 전대사가 교회의 수입원으로 오인된 일이 있었다. 이때 일부 설교가들은 전대사의 효과를 과장되게 설명, 고해 성사표를 구원 보증표로 오해하도록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 같은 일은 지금도 역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대사는 단순히 현금이나 단순한 몇 가지 선행에 의해서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전제 조건들이 필요하다. 전대사를 면죄부로 잘못 오인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제조건들을 알지 못하는데 따른 것이다. 교회는 사실 전대사의 오용에 대해 수차례 주의를 기울여 왔다. 실제로 교회는 이미 1414년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대사 오용의 위험성을 경고한바 있으며,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황 바오로 6세의 교서 ‘대사교리’(1967)에서도 재확인 됐다.
전대사는 면죄부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하느님 자비하심에 대한 굳은 신뢰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또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통하여 베풀어 주시는 은총이 무한히 풍요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 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연옥 영혼을 위해 대리 기도로 대사를 얻어 줄 수 있다는 것은 성인들의 통공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자, 신앙 공동체의 아름다운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다.
▨ 전대사를 받으려면?
교회가 지정한 성지나 순례지만 방문하면 저절로 전대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전대사의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우선 대사를 얻기 위해서는 세례를 받은 신자로서 교회에서 파문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 또 대사를 얻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하고 교회가 수여하는 대사의 취지에 따라 정해진 선행을 정해진 시기에 합당한 방식으로 이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사를 얻기 위한 일반 규정을 지켜야 한다(교회법전 996조).
그 일반 규정이라는 것은 이렇다. 우선 죄에 대한 모든 애착을 배제하고 교회가 지정한 선행을 해야 한다. 또 ▲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의 지향을 위한 기도 등 조건을 채워야 한다. 특히 이번 사제의 해와 같은 특별 전대사를 받으려면 별도로 교회가 정한 규정들을 함께 지켜야 한다.
▨ 교황님 지향 모른다면?
전대사의 필수조건 중에는 위에 언급한 대로 고해성사와 영성체, 그리고 교황의 지향과 함께하는 기도가 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교황의 지향을 모를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교황의 지향을 모를 경우에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과 영광송을 바치거나 아니면 그 밖의 다른 방식으로 기도를 바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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