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오로가 다마스쿠스에서 겪었던 사건처럼, ‘바오로 해’가 그리스도 신자에게 ‘회심의 해’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
가톨릭신문은 ‘바오로 해’ 폐막에 즈음하여 성 바오로 수도회 총장 실비오 사씨 신부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을 돌아보고 교회가 준비해야 할 최우선 과제들을 들어본다. 바오로의 영성을 따르는 바오로 해가 영원히 지속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다짐과 약속이 필요하다.
- 사씨 신부님께서는 전 세계 성 바오로 수도회의 대표십니다. 바오로 해 동안 바오로인들이 준비한 프로그램들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바오로가족은 우리 공동체가 있는 5개 대륙의 여러 나라에서 교구와 협력하며 이 희년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했는데 그곳에 모아놓은 기획들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바오로 해에 대한 우리의 첫째 목표는 성 바오로가 ‘가까이 할 수 없는 믿음의 거장’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모범’으로서 더 많이 알려지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사도께서 당신의 말과 서간으로 행하셨던 설교를 교회와 수도회의 카리스마에 연결시키는 것, 곧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면서 ‘복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 가톨릭신문은 그동안 바오로의 전도여행과 로마로 압송될 때까지의 발자취를 ‘바오로 로드’라는 주제 아래 걸었습니다. 바오로 로드라는 ‘길’의 의미를 듣고 싶습니다.
▲ 사실, ‘길’, ‘여정’ 이라는 단어 자체가 바오로를 해석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이 된다고 봅니다. 그분이 그리스도와 만난 사건은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러 가는 도중, 다마스쿠스에 이르는 ‘길’에서 일어났습니다.
성 바르나바가 타르수스로 바오로를 찾으러 가기 전, 사도께서는 다마스쿠스에서 처음으로 진리를 선포하시고 묵상의 장이 될 아라비아 사막으로 가는 ‘길’에 올랐습니다. ‘이방인들의 사도’가 되라는 사명에 충실하고자 한 것도 ‘전교 여정’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분의 여정은 ‘나에게 사는 것은 그리스도입니다’(필립 1,21)로 요약될 수 있고, 수인으로 로마에 끌려가는 ‘여정’은 끝까지 충실하신 그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오로 안에서 ‘길’이 가지는 의미는 ‘앞을 향해 내달리는’(필립 3,13) ‘순례’의 그것, 이 땅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의해 변모된 삶을 사는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께서 현대사회를 살고 계시다면 어떤 일을 하고 계실까요?
▲ 1900년대 초, 독일 마곤자 케틀러 대주교는 “만일 성 바오로가 살아있다면 저널리스트였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독창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말은 여론 형성에 막대한 힘을 지닌 인쇄매체의 중요성을 깨달아 가던 교회와 사회의 맥락 안에서 성 바오로를 현실화하는 시도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오늘날 디지털언어 문화에 깊이 젖어있는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만일 성 바오로가 오늘 살아있다면 복음화를 위해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했을 것이다.”
저는 성 바오로께서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이방인들에게 적응시킬 줄 아셨듯이 믿음을 디지털문화에서 이해 가능하게 만들 줄 아시리라고 확신합니다.
- 사도 바오로는 ‘회심’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바오로 해가 ‘회심의 해’가 되기 위해서 교회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일까요?
▲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가 처음으로 선포된 것은 주로 바오로의 설교를 통해서였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모르거나 그분이 잊혀진 곳에도 그분을 알게 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느껴야 합니다.
교회가 매스미디어와 디지털 언어에서 생겨난 기술들을 이용하며 복음화를 위해 달성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도로서의 정신자세를 소유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과 행동을 의미합니다.
- ‘가톨릭신문’은 82년 동안 세상에 희망을 주는 복음의 전령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바오로 해를 지내며 가톨릭신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만일 신문이 가톨릭적이기를 원한다면, 두 가지 양식으로 그것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명시적 형태로 제시하되 ‘저널리즘 양식’을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신문은 강론, 교회 주보가 아닙니다. ‘믿음’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사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종교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고 모든 것에 대해 그리스도인의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자는 ‘천사’가 아니며 구체적 삶을 살아가는 남녀입니다. 신문은 신자가 복음을 일상 조건에 적용시킬 줄 알면서 ‘인간적 현실’을 ‘믿음의 빛’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야 합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