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군종신부님 11분과 함께 대전 계룡대 삼위일체성당에서 현실치료(Reality therapy) 상담기법을 공부했다. 육군 실무위탁교육 차원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프로그램인데 매우 알찬 시간이었다.
최근 심리학의 경향으로 각광 받는 분야는 긍정 심리학이다. 말하자면 긍정 심리학은 사람의 본성 중에서 사랑, 희망, 용서 등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의 내적인 강점을 더욱 더 부각시켜 현실에 대한 이해와 해석, 수용, 적응 등과 관련된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심리학이다. 요즘은 현실치료가 긍정 심리학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군종신부 생활을 하면서 본당사목과 더불어 군종장교로서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에 대한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게 시대적인 상황이다. 이제 전문적인 역량은 군종신부로서 현실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필수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성당에만 가만히 정주하면서 사목하는 상황은 아닌 듯 싶다.
이등병 인성교육, 격오지 방문 및 교육, 인격지도 교육, 사고예방 교육, 부적응 병사에 대한 상담, 비전캠프 교관, 전입 간부 교육 등 본당 사목 외에 군종신부가 해야 할 교육은 그 대상만큼이나 다양한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나름 현실적인 적응과 전문적인 역량을 위해 상담심리를 전공하면서 만난 현실치료는 많은 도움이 된 프로그램이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현실치료 상담 기법에 있어 근간을 이루는 ‘선택이론’은 나에게 있어 매우 획기적인 이론이었다.
언제나, 새롭고, 좋은, 긍정적인 선택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가능성을 더 증대시켜주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통제력을 준다는 사실을 깊이 체험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현실치료와 관련된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또 실제 상담 환경에 적용하면서 한 가지 갖게 된 생각은 ‘현실치료’를 동료 군종신부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작년과 올해 약 20여 명의 신부님들이 현실치료를 만났고, 올해는 몇몇 신부님들이 기초과정을 거쳐 더 상급 과정을 공부하고자 하는 경우도 생겨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최근에 만난 말 중에서 가장 힘이 되었던 말은 현실치료 전문가인 김인자 교수의 이러한 말들이다.
“처음 살아보는 오늘”
“오늘을 나는 처음 살아봤기 때문에 ‘오늘’이라는 귀한 손님을 함부로 푸대접하지 않는다.”
“나의 ‘오늘’을 나는 처음 살아보려니까 호기심도 생기고 기대도 된다.”
“나는 모든 날을 처음 살아봤다.”
“처음 겪는 오늘이 재미있고 행복하다.”(김인자, 2009.)
사실 군종신부로서 사는 하루하루의 삶은 늘 새로운 것이고, 처음 살아보는 삶이다. 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하루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기쁜 나날임에 분명하다. 처음 살아보는 오늘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깊은 묵상은 하루를 시작함에 있어 온 하루를 힘 있게 긍정하도록 만드는 영감을 주는 듯하다.
‘처음 살아보는 오늘’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매일의 오늘 속에서 무언가 새롭게 선택할 수 있는 힘이 내적으로 있다는 것과, 내적으로 자기가 그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력을 갖는다는 것은 어떠한 순간에라도 책임감 있는 행동을 선택하고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매일 매일 새롭게 들어오는 신병처럼, 늘 젊어지는 생각을 만나고, 깊고 깊은 샘에서 새 물을 만나듯 그렇게 군종신부로 살고 싶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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