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아이를 두고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솔방울모양종’이라는 말기 악성 뇌종양과 싸우고 있는 이진구(바오로·37·이천 장호원본당)씨는 혼자 남겨질 아이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이씨는 3년 전부터 정신지체 장애우들의 보금자리 ‘작은 평화의 집’(원장 장은경)에서 아들 요한이(10)와 함께 몸을 의탁하고 있다.
외부에서 생활하다 요한이가 7살이 되고 취학통지서가 날아오자 덜컥 겁이 나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작은 평화의 집 원장 장은경씨를 찾아왔다. 자립할 때까지만이라고 했던 것이 벌써 3년이 흘렀다.
이씨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양부모마저도 12살 때 모두 잃었다. 그 때부터 식당일부터 카센터까지 안 해본 일 없이 고생이 시작됐다. 이젠 어린 아이에게 자신의 삶을 답습시키는 것 같아 한없이 미안하고 걱정스럽다.
마음이 약해지니 괜히 입버릇처럼 “내가 12살 때 양부모님이 그렇게 되셨으니 우리 아들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요한이의 손을 꼭 잡아보지만 자신이 먼저 이 손을 놓치게 될까 두렵다.
요한이 역시 아빠가 걱정되긴 마찬가지. 어느 날 ‘작은 평화의 집’ 총무 삼촌에게 “몸이 아픈 건 하느님이 버리는 거야?”라고 물었다. 평소 장난도 잘 치고 말도 잘하던 아이가 밥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자꾸만 주변 눈치를 본다.
이 순간 의지하고 싶은 아내 역시 요한이가 5살이 되던 해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뇌출혈로 먼저 하느님 품으로 떠나갔다. 아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요한이를 두 번이나 시설에 맡겨야만 했다. 아내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자 삶의 의욕을 잃은 장인, 장모도 잇달아 돌아가셨다. 이제 의지할 수 있는 데라고는 ‘작은 평화의 집’ 식구들밖에 없다.
병마와의 싸움은 외로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처음 심한 두통·구토 등 이상 징후를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살려달라”고 외쳐봤지만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종양이 시신경을 눌러 물체는 둘이 돼 보이고, 다리가 후들거려 잘 걸을 수가 없었다. 종양이 뇌하수체가 흐르는 길을 막아 통증이 계속됐고 이를 뚫어주는 수술도 받았다. 그러나 의사는 이미 생명연장 치료만 가능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수술 두 번에 검사까지 합쳐 5번 병원 신세를 졌다. 늘어만 가는 병원비도 이젠 감당할 수가 없다. 의료보호 1종을 신청했지만 그저 일부일 뿐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제 남은 희망은 단지 병원에 가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 도움 주실 분 703-01-360450 농협 702-04-107874 우리은행 (주)가톨릭신문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