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교구(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교구 설정 40주년을 맞아 교구 내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을 돌아보는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6월 20일 경북 예천군 농은수련원에서 진행된 이번 ‘교구 40주년 기념 심포지엄’은 올해 초 발족한 안동교회사연구소가 주관했으며, ‘제1주제-홍유한 선생의 천주교 수덕 생활과 사상’ ‘제2주제-병인박해와 안동교구 순교자들’ ‘제3주제-경북 북부지방의 옛 천주교 교우촌’ 주제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은 교구 평신도협의회 회장단 하계 연수 일정과 맞물려 진행돼, 연수에 참여한 80여 명의 평신도가 순교 영성을 되새기는 기회를 가져 의미를 더했다.
교구장 권혁주 주교(안동교회사연구소 이사장)는 격려사에서 “교구 40주년을 맞아 출범한 교회사연구소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이런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 것이 놀랍다”고 소감을 밝히고, “우리 교구의 신앙 뿌리를 찾는 이 시간을 통해 교구의 역사와 순교 영성을 깨닫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1주제 ‘홍유한 선생의 천주교 수덕생활과 사상’으로 주제발표를 한 안동교회사연구소 마백락 객원연구원(영남교회사연구소 부소장)은 “농은 홍유한 선생은 성호 이익의 문하생으로 지내다가 「천주실의」와 「칠극」을 접하고 스스로 은둔생활을 하며 천주교 수계 생활을 한 이”라면서 “축일표나 기도책도 없이 7일마다 경건한 마음으로 일을 쉬고 기도에만 전념했고, 언제나 가장 좋은 음식은 먹지 않는 것으로 금육을 실천했으며, 부부가 함께 살면서도 30년 이상 정덕(貞德)을 지킨 한국의 첫 수덕자”라고 홍유한의 삶과 신앙을 소개했다.
이어 마 연구원은 “홍유한 선생의 수계 생활에 영향을 받은 후손 중 18명이 순교했으며, 그 중 4명이 103위 순교 성인 반열에 올라있다”고 언급하고, 김대건 신부의 보고서와 다블뤼 주교의 「조선 순교자 비망기」에 남아있는 기록을 소개하면서 “홍유한 선생은 한국천주교회 창립의 밀알 역할을 한 천주교 신앙의 대 선조이기에 그 분의 신앙과 사상을 재조명하고, 교회 뿐 아니라 사회가 우리의 소중한 문화와 신앙 유산을 현양해야 한다”며 홍유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2주제 ‘병인박해와 안동교구 순교자들’로 주제발표를 한 안동교회사연구소 책임연구원 신대원 신부(가르멜 여자 수도원 담당)는 “200년 한국천주교회 역사 속에 존재한 100여 년이라는 박해 시기는 현대 우리 신앙인들의 삶을 보다 은혜롭게 만든 은총의 시기였다”고 말하고, 병인박해 시기에 교구 안팎에서 순교한 박상근·서유형·서태순·안창규·이상수 등 순교자를 소개했다.
이어 신 신부는 “안동교구에는 100년 가까이 된 공소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박해시대 교우촌의 후신”이라면서 “교구 설정 40주년을 맞아 그분들의 숭고한 신앙 유산을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 순교자 현양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제3주제 ‘경북 북부지방의 옛 천주교 교우촌’ 주제발표를 맡은 안동교회사연구소 조희열 책임연구원(상주 향토문화 연구소 소장)은 경상북도 북부지역 특히 백두대간을 따라 분포한 상주?문경?영주?풍기?의성 지역 등을 중심으로 신자들이 체포된 위치와 스스로 자수한 기록을 통해 교우촌의 위치를 추정해 소개하면서 “이제 후손으로서 그들의 숭고한 신앙 정신을 어떻게 이어받고 계승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연구원은 “옛 교우촌 개발은 신앙과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라면서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우리들이 조금만 정성을 모은다면 버려진 땅으로 남아있는 옛 교우촌을 복원까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보존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연구원은 비어있는 공소나 소규모 공소를 마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문화 활동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깊은 산 속 사람이 살지 않는 옛 교우촌도 자치단체와 연계하여 성지로 개발하는 등의 구체적 활용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 안동교회사연구소는…
교구 설정 40주년을 맞는 2009년에 신앙 선조들 특히 교구 내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을 오늘에 되살려 교우들이 본받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
4월 20일에 공식적으로 설립이 결정됐으며 권혁주 주교가 이사장을, 안상기 신부(사목국장)가 소장을 맡았다.
책임 연구원으로 신대원 신부(가르멜 여자 수도원 담당)와 조희열(상주 향토문화연구소 소장)씨, 객원연구원으로 마백락(영남교회사연구소 부소장)씨가 활동중이다.
안동교회사연구소는 ▲교구 내 순교자 발굴 정리 및 시복·시성준비와 현양을 위한 이론적 뒷받침 ▲교구사 관련 자료의 수집, 정리, 번역, 주해 및 연구 ▲연구지 발행 ▲연구 발표회 및 특별 강좌 ▲안동교회사를 다룬 예비자 교리서 발간 등 교구민을 상대로 한 교회사 교육 실시 등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교구 40주년 기념 심포지엄’과 유사한 형태의 심포지엄을 매년 개최, 안동교회사연구소의 활동 내용 및 연구 성과를 교구민에게 알릴 예정이다.
안동교구 설정 40주년 심포지엄 … 순교 영성 의미 되새겨
"옛 교우촌·공소 활용 방안 모색해야"
발행일2009-06-28 [제2654호, 20면]
▲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가 6월 20일 경북 예천군 농은수련원에서 열린 ‘교구 4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 마백락 객원연구원(영남교회사연구소 부소장)
▲ 신대원 신부(가르멜 여자 수도원 담당)
▲ 조희열 책임연구원(상주 향토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