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배 이상 보람 만끽, 성탄 구유예전때 체험담 봉헌
경제적 위기가 몰아치고 있는 요즘같은 시기「3천원」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있을까. 더군다나 그 금액으로 누구를 도와주라는「숙제」가 맡겨진다면…
서울 도봉1동본당 신자들은 커피한통 비누한곽 값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지만 3천원이라는 금액에「사랑」이 보태졌을 때 그로 인한 마음의 기쁨과 10배 20배로 늘어나는 기적의 체험을 아기 예수 성탄을 통해 절절히 체험하고 있다.
대림 1주가 시작됐던 지난 11월 29일. 초등부 어린이들을 제외한 서울 도봉1동본당 전 신자들은 김승철 주임신부로부터 대림시기 4주간 동안 해결해야 할「부담스런」숙제를 받았다.
주일미사후 성당문을 나서는 신자들 모두에게 빳빳한 천원권 석자이 든「돈봉투」가 나누어 진 것이다.
봉투속에는 신권 3천원과 함께 주임신부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동봉된 이 돈은 여러분께서「예수체험」을 하는데 사용할 돈입니다. 이 돈은 반드시 예수님을 만나는데만 쓰셔야 합니다.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쓰시는 것은 되도록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 편지에는 3천원으로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후 그 경험을 글로 적어 성탄미사 구유경배 때 아기예수님 앞에 봉헌하라는 내용이 덧붙여 졌다.
봉투를 받아든 신자들의 모습은 대부분 상반된 표정으로 나타났다.「또 부담이 시작됐구나」하는 것과 한편 그 부담이 열배 백배의 기쁨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기예수를 더욱 정성으로 맞을 수 있는「기적의 봉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탄맞이 예수체험」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도봉1동본당의 이같은 3천원을 통한 선행체험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습관적으로 성당을 찾고 신앙을 실천으로 옮겨지 못하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성탄을 기해서라도「기폭제」를 주는 것이 필요했고 그래서 충격요법으로 착안한 것이「성탄맞이 예수체험」이었다는 것이 김승철신부의 설명이다.
대림 성탄에 대한 마음가짐을 갖는 특강 등도 필요하지만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살아있게 하는 무언가를 심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조립식 가건물에 살면서 성당신축 기금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서 예산을 들여 돈을 나누어 준다는 것은 어찌보면 어불성설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신부는「백마디 말보다 살아있는 신앙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본당기금서 2백만원을 출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각 신자가 3천원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이웃을 찾아나서는 과정이 바로 대림시기를 보내는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지난해 봉투를 처음 나눠주었을 대 신자들의 반응은「당황」그 자체였다. 본당에 헌금 교무금 등 돈을 내기에만 익숙해 있던 신자들에게 본당으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파격이었고 큰 고민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4주간 동안 3천원 쓰기에 골머리를 앓았던 신자들은 나름대로 방법들을 찾아나섰다. 그간 그냥 스쳐 지나쳤던 주변의 이웃들을 관심으로 지켜보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3천원의 봉투는 라면 한박스, 내의 한벌 등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어떤 이는 돈을 더 보태 내의를 사거나 음식을 만들어 이웃의 혼자 사는 노인을 찾기도 했고 어떤 가족은 3천원 쓰기를 위한 회의를 소집한 후 전가족이 파고다 공원을 찾아 노인들에게 음식과 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자신의 돈으로 선행을 하고 본당으로부터 받은 3천원은 한평생 가난한 이웃들을 생각 하는 의미에서 지갑안에 고이 간직하겠다는 이도 나왔다. 3천원쓰기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직장동료들이 그 뜻에 동참, 전 사무실에「3천원 바람」을 불러일으킨 이도 나왔다.
이같은 체험들은 김신부의 권유대로 편지에 담겨 성탄절 미사시 아기예수님앞에 풍성하게 봉헌됐다.
처음 호기심과 부담감으로 돈봉투를 받았던 이들, 그러나 이날 아기 예수님앞에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체험들이 쏟아져 나왔다. 남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열배 이상의 기쁨으로 되돌아 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3천원을 통한 예수체험은 물질적으로 남을 돕는다는 것에 앞서 무엇보다 가난한 이웃 소외된 이들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는 것이 신자들의 의견이다.
이를 통해 또한 자신의 신앙과 생활까지도 되돌아 보는 효과를 가졌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족들 경우 돈을 쓰기 위한 부부간 가족간 회의를 여는 과정에서 이웃사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족간 유대를 돈독히 하는 기회도 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구유앞에 봉헌됐던 신자들의 3천원 체험은「3천원이 주는 작은 기쁨」이라는 제목으로 소박한 유인물에 담겨져 나왔다. 그것도 신자들끼리 돌려보라는 뜻에서 3백부를 한정해 만들었다.
이 유인물을 읽어본 신자들은 3천원을 쓰기 위해 고민했던, 또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부담스럽게 주위를 돌아봤던 본당 교우들의 「비슷했던」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본당 교우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도 더욱 꽃피울 수 있었다.
올해 3천원 봉투를 또다시 받아쥔 신자들은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와 같이 당황해 하지 않고 보다 정성되고 보람있게 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선행실천의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승철 신부는 IMF여파 등으로 지난해보다 이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저조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헛되이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사랑을 사회에 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작은 돈을 통한 큰 기쁨이 보람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결국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입니다. 또한 그런 세상에서 재물은 하느님의 정의대로 바르게 쓰여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처음 의도했던 것보다 더많은 사랑이 실려 나온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도 감동과 흐뭇함을 느꼈다는 김승철 신부, 3천원의 예수체험은 대림절이 올 때마다 그리고 타본당으로 임지를 옮기더라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김신부는 올해도 구유예절 때 봉헌된 체험담들을 모아 유인물로 만들어 낼 생각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같이 매년 모아진 가슴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를 외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책자로 묶을 포부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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