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소재로 한 헐리우드 첫 애니메이션인 「이집트 왕자」(모세)는 출시전부터 「혁신적인 제작 기획과 이 시대 최고 천재들의 결합으로 영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기대를 모은 수작(秀作). 출애굽기 2장 1절에서 16장 21절까지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적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란 평을 듣는다.
「90분의 제한된 시간에 60억 인류의 믿음이라 할 수 있는 성서적 사실을, 다소 해설적인 관점에서 주인공들의 감정을 이끌어 내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이 거대한 스토리를 영화화하면서 제작진이 가진 고민이자 딜레마였다. 모세라는 인물을 「메신저」가 아닌 가장 보편적인 한 인간으로 연출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영화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느님의 미션」을 전달하면서 인간적인 갈등과 두려움을 느꼈을, 기존 영화속의 영웅의 개념이 아닌 복잡한 심정을 가진 한 존재를 그려야 했던 제작진들의 고민이 숨어있다. 이 고민을 제작진은 철저한 고증에 바탕을 둔 가장 역사적인 인물창조로 결정하고 지리ㆍ건축ㆍ의상ㆍ문화 등 각 분야에서 2년동안 종교학자ㆍ역사학자ㆍ신학자ㆍ이집트 전문가들을 찾아 고증과 상담을 거듭했다 한다.
35개국 350명의 애니메이터들과 아카데미수상의 특수효과팀의 4년에 걸친 대작업 끝에 완성된 이 영화의 총 1,192장면 중 1180장면이 「스페셜 이펙트」(Special Effect). 7분간 갈라지는 홍해 장면을 완성하기까지는 총 31만8천시간의 작업시간이 소요됐는데 이는 「쥬라기 공원」의 총 스페셜 이펙트 시간을 능가하는 것이다.
「이집트 왕자」란 제목에서 보듯 이 영화 전편에 걸쳐 모세라는 한 개인의 과거와 전통, 형제간의 엇갈린 운명과 평생의 갈등을 다룬 극적인 스토리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다분히 인간적인 구도위에서 설정된 구성탓인지 출애굽기속에 담겨있는 하느님 가르침이 과연 제대로 전달됐을까? 하는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출애굽기는 모세오경의 핵심이자 구약전체의 핵심. 출애굽 사건은 이스라엘이 자기 정체를 이해하는 근거이자 그들의 역사 전체를 해석하는 바탕이며 역사를 주도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본보기이다.
여기에서 언뜻 보면 출애굽기는 이집트를 단죄하고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이야기인 것이라 착각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이스라엘로 대변되는 새로운 사회의 모델을 세우시고 이끄시는 하느님을 알고 받아들일 때 이집트도 구원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나아가 이렇게 할 때 비로소 인간의 자유와 생명, 평등이 유지된다는 결정적인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한편의 영화로 출애굽기의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분을 만나는 즐거움은 조금은 누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생경한 용어 때문에 아쉬움이 남지만 하느님의 섭리를 느끼는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우리 가톨릭신자들은 이 영화를 보기 전 꼭 성서 「출애굽기」를 한번 정도는 읽어보고 관람하도록 하자. 핍박받는 히브리인들을 통해 과연 하느님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 성탄절이 끝나기 전에 묵상해 보자.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