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어머님의 생신이라서 우리 가족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누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조카들의 키가 부쩍커 보였다. 중학교 3학년인 형님의 큰아들 경준이와 우리형제들 가운데 키가 제일 큰 남동생이 키를 재보았더니 거의 같았다. 그런 와중에 다른 조카들도 각자 키를 재느라고 부산을 떨었다. 요즈음 사람들은 여러모로 비교 게임을 즐긴다. 누가 싸움을 제일 잘하는가 비교하느라고 링위에서 상대를 쓰러뜨리는 권투시합이 인기가 있는가 하면, 제일 예쁜 여성을 가려내기 위해 많은 돈을 쓰면서 각종의 미인 대회를 개최하고, 어느나라가 돈을 가장 많이 버는가를 비교하고 경쟁하다가 급기야는 경제전쟁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수년 전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diget)라는 잡지에 웰스라는 이름난 역사학자가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은 누구인가를 질문한 적이 있다. 결국 세 번째 위대한 인물로는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 둘째로는 인도 출신의 부처님, 첫번째로는 예수님을 꼽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웰스가 예수님을 순수한 인간으로 보고 다른 인물들과 비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예수님 자신은 누구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생각하셨을까? 예수님의 답변은 세례자 요한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더욱 놀라운 말씀을 하신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이라도 그 사람(요한)보다는 크다(11절) 』 이 말의 의미는 분명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람도 하늘나라에서 가장 미소한 사람보다 작다. 왜 그런가?
사람은 아무리 위대하고, 잘나고, 능력이 있고, 돈이 많고, 재능이 있어도 하느님의 위대하심, 능력, 권능에 비하면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예수님을 받아들임을 통하여 그분과 일치할 수 있고 예수님을 따름을 통하여 그분과 하나 될 수 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예수님과의 친교를 통하여 위대함 자체인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실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세상은 인간 중심적인 노력과 재능 그리고 무한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서로 비교하고 시샘과 열등감으로 빠져들어만 간다. 우리는 남들과 비교하는 사이에 하늘로부터 공짜로 선물을 받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소홀해진다.
꽃이나 새는 자기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이웃과 조화를 이루며 지낸다. 사람도 자기 자신의 그릇이 있고, 그 그릇에 걸맞게 채우면 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것은 그가 하느님의 나라를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한은 감옥에서 자기 나름대로 기다리던 메시아(구세주)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까?(3절) 』 요한이 기대한 메시아는 악인들을 엄하게 벌하고 권능을 보여서 백성들을 따르게 하는 분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단지 병자를 고치고, 죄를 용서하신다.
예수님께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칭찬한 세례자 요한마저도 일종의 비교 게임에 빠져 있었다. 그는 아직도 하느님 나라의 위대함을 인간적으로 보려는 습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가장 위대한 것은 무엇인가? 최고의 수능 점수, 높은 자리, 커다란 상, 대단한 업적, 권력, 돈, 인기 등등인가? 아니다. 하느님께서 우리각자에게 내려주신 은총의 선물만이 참된 자아를 채울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것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당신은 대림절에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가장 위대하고 귀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예수 아기) 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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