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학술상 수상자 심상태 신부
제2회 가톨릭학술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들은 후 심상태 신부는 생전의 양한모 선생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마치 자식들이 죽은 부모를 가깝게 있는 것처럼 체험하듯이 타계하시기 전 양선생과의 대화나 만남 등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신도신학 활성화나 교회 학술활동 창달에 대한 의지와 뜻을 내보이셨던 고인이 당신의 뜻이 받아들여진데 대해 무척 기뻐하시고 계실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76년 독일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즈음 양한모 선생과 만나 나눴던 대화를 회상한 심신부는 『우리교회가 평신도들에 의해 시작됐고 왕성한 평신도들의 활동이 국내외안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그에 적합한 신학활동의 전개 심화가 필요하다는 포부를 갖고 계셨었다』고 전한다.
그런 면에서 심신부에게 이번 학술상수상은 개인적으로 그같은 고인의 평소 뜻을 이해하고 동참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부언이다. 심신부가 가지고 있는 양한모 선생의 인상은 「진지함과 함께 진정한 교회발전을 위해 고뇌하셨던 모습」이라고.
학술상 상금 전액을 현재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서강대 수도자대학원 평신도학생들 장학금으로 내놓은 것도 양선생의 신도 신학 활성화의 뜻에 부합키 위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학술상 수상소식은 놀람과 부끄러움과 기쁨이었습니다. 제1회 수장작인 고 허창덕 신부의 「라틴 한글사전」은 한국학계에 공헌한 바가 지대함으로 상을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한다면 본인의 저서는 부끄러울 뿐입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내적 성장 미숙에 대한 지적이 대내외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가톨릭학술상은 침체되고 부진한 한국 가톨릭학술상은 침체되고 있는 부진한 한국 가톨릭학술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고 내적 성숙을 이루는데 크게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표명하는 심신부.
수상작 「속 2000년대의 한국교회」 저술에 대해서는 『제삼천년기를 겨냥 「한국적이고 아시아적 교회」가 형성되도록 한국교회가 적극 투신해야 함을 제안하고자 한데서 나온 것』이라고 취지를 밝힌다. 『중세이래 교리 전례양식 신학사상 등이 서양교회에서 개발되고 그 흐름이 주도되었지만 세기말이 다가오면서 서양교회가 쇠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그간 수동적 위치에 있던 아시아 아프리카 주도적 교회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교회도 이를 대비한 태도 자세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대희년을 목전에 두고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복음화」와 관련 심신부는 『새로운 복음화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미 표명했듯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제시된 일련의 쇄신 작업을 구체적 실천에 옮기면서 사랑의 문화 문명 창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면서 『3천년기에 동아시아와 세계교회 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속에 있는 한국교회는 이러한 교황의 가르침을 구체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과 현장 교회종사자들로부터 여러 가지 견해를 수렴하고 한국교회 청사진을 마련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표명했다.
심상태 신부는 현재 독일서 귀국한 후 76년부터 강의해 온 내용들을 묶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구 강의를 통해 발표됐던 내용들을 정리, 「신론」 「그리스도론」 「교회론」 「종말론」 등으로 체계화시키는 일에 착수하고 있다. 이미 그 기초작업은 시작됐다고 전한 심신부는 92년부터 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연구작업을 언급 『아시아교회안에서 한국교회가 맡아야 할 몫을 대비하고 그 주도적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미약했던 상황에서 소수의 협력자들과 함께 힘겹게 일을 전개해 왔다』고 토로.
덧붙여 심신부는 『그러나 이미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에서 제시됐듯 지역 교회 토착화문제는 이미 간과할 수 없는 당위성』이라면서 『이제 아시아 지역교회들과의 연대를 통한 아시아 지역교회 토착화문제는 어느 특정연구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맡아야 할 역사적 소명』이라고 역설했다.
심신부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가톨릭학술상 수상은 지역교회의 토착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동기를 제공해 주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가톨릭학술상 경과보고
교회내 학문발전에 보탬위해 제정
양한모기념 가톨릭학술상은 1997년 6월 20일 고 양한모 선생의 유족들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가톨릭 신학 연구와 교회내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해 거액의 기금을 가톨릭신문사에 기탁함으로써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그해 9월 3일 가톨릭신문사 최홍길사장신부를 중심으로 10여 명의 운영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운영위원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의 운영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11월 26일 국내 7개 가톨릭대학교 총학장을 최종 심사위원으로 위촉, 제1회 수상작으로 허창덕 저 「라틴 한글사전」과 이를 편찬한 가톨릭대학교 고전라틴 연구소를 선정한 바 있다.
시상식은 97년 12월 17일 서울 명동대성당 문화관 소성당에서 있었다.
제2회 시상을 위한 첫 운영위원회는 98년 6월 18일 열렸다. 여기에서는 1996년 1월부터 98년 6월사이에 간행된 가톨릭신학 내지는 학술적 저작에 관한 자체 조사작업을 진행시키기로 했다.
이후 98년 8월 29일 두 번째 회의에서는 심사대상 기간내에 간행된 70여 종의 도서가운데 학술 서적을 가려뽑는 작업을 했다.
9월 23일 세번째 운영위원회에서는 최종 심사위원을 위촉했으며 또한 수상 심사 후보로 3종의 연구업적을 선정, 최종 심사위원에게 회부했다.
11월 3일 최종심사위원회가 열렸고 여기서 심상태신부저 「속 2000년대의 한국교회」를 제2회 가톨릭 학술상 수상작으로 선정, 11월 21일 서울 로얄호텔 21층 연회장에서 시상식을 갖게 됐다.
◆고(故) 양한모 선생의 사상과 생애
평신도 신학 개척한 ‘선구자’
「신도론」주창한 대표적 평신도 신학자
가톨릭학술상을 있게 한 고 양한모(아우구스티노) 선생은 「신도신학」 등 수많은 저서를 통해 한국교회 안에서 「신도론」을 주창한 대표적 평신도 신학자이다.
1921년 황해도 봉산에서 출생한 양한모 선생은 청년시절 공산주의 사상가로써 활동했고 해방 후에는 남로당 최고 핵심간부를 맡았다가 이념에 대한 회의와 공산주의 실상의 모순을 자각 공산주의로부터 이탈했다.
그후 고 장면 박사를 도와 민주정치 구현을 위해 전념했던 양선생은 이때 신앙에 눈을 뜨고 가톨릭에 귀의하게 되었다.
가톨릭신자가 된후 가톨릭신학대학에서 5년여간 신학을 청강 신학교 전과정을 이수하였다. 공부를 마친 후에는 「신도론」 「신도-하찮은 존재인가」 등 저서를 펴내 평신도신학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의 업적은 영세입교 후 20여 년 동안 꾸준히 신학공부를 하면서 신도론과 통일 사목 이론을 개척한 것.
수많은 저서를 통해 그는 한국교회에 대해 세속화 경향으로부터의 과감한 탈피, 전례의 토착화, 통일사목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제시했다.
양선생은 80년대 한국교회 3대행사인 조선교구설정 150주년(1981) 한국천주교회 200주년(1984) 제44차 세계성체대회(1989)에 깊숙이 참여했고 특히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행사때는 기획분과위원장으로서 총괄지휘했다.
양한모선생은 1990년 고혈압으로 쓰러진 후에도 「신도론」의 증보판을 준비하는 열성을 보였으나 그 완성을 보지 못하고 1992년에 타계했다.
◆가톨릭학술상 심사평 -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유흥식 신부
“교의 신학분야 연구수준 잘 드러내”
최근 우리나라 교회에서도 신학 내지 가톨릭학문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나라 교회에서 학문연구의 전통은 우리 교회사의 출발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교회사를 보면 신앙의 선조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스스로 연구하여 교회를 세웠고, 신자들의 교육을 위해서 각종 서적들을 저술, 번역해왔습니다.
한국교회의 창설 이래 축적해온 전통과 신학연구의 연륜을 감안할 때 이제는 우리 손에 의해 우리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서 신학을 비롯한 교회의 학술적 업적을 평가하여 연구활동을 기리려는 움직임은 당연한 일입니다.
올해는 1996년 1월부터 98년 6월 사이에 간행된 서적 70여 종 가운데 주목할 만한 연구업적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지난 첫해 수상작이 라틴어학이라는 가톨릭학문의 기초분야에서 선정되었음을 감안해 이번 심사에서는 신학 특히 교의신학 내지 한국신학분야의 연구업적을 주목하기로 하고 심사위원 전원이 심상태신부 저《속 2000년대 한국교회》를 선정하는데 동의했습니다. 이 저서는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교의신학 내지는 토착화신학 분야의 연구수준을 잘 드러내주는 업적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분야의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동학과 후학들에게 학문적 자극을 줄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양한모 기념 가톨릭학술상이 우리나라 교회학문의 수준을 높이고, 우리 교회가 세계적인 신학자, 그리고 민족의 문화적 지도자를 양성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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