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도출판사에서 1998년 11월 초에 박영식 신부(대구 상리본당 주임)가 쓴 『자유의 대헌장. 사도 바오로가 갈라디안인들에게 보낸 서간』이라는 주해서(397쪽)을 출간했다.
이 저자는 갈라디아서 본문을 새로 번역해서 책 머리 부분에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본문을 먼저 정독하도록 배려했다. 그 다음 그는 여섯 장이 되는 서간본문을 337쪽에 걸쳐 상세하게 해설했다.
이 주해서의 끝에 제시된 도서목록(11쪽)을 보면 저자는 유럽 성서학계의 새로운 연구를 광범위하게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이해하기 퍽 쉽게 풀이한 수준 높은 주해서이다. 갈라디아서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주해서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1) 갈라디아 교회에 침투해 들어온 소수의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은 구원받기 위해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것 이외에도 할례나 축일 규정 등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오로는 그들을 이렇게 비판했다. 구원이나 의로움은 십계명을 지킴으로써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실존을 그리스도께 무조건 맡기는 신앙에 뿌리내린다. 십계명을 위주로 해서 양심을 성찰하여 하느님과 의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간주하는 자는 무상으로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은혜를 무시하는 잘못을 범한다. 그런 사람의 생활은 무신론과 통한다.
(2) 율법이 생명을 가져다 준다는 것은 구약성서의 가르침이다. 『너희들이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들에 순종하면…살고 번성할 것이다』(신명 30,16).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을 믿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오로 사도는 믿음과 율법을 대조시켰다. 율법의 체제하에서는 사람이 자기에게서 자유로워지지 않고…율법은 사람을 자기충족에 빠지게 하는 결함이 많은 체제이다. 하느님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결정적 구원을 창조하셨다. 구원은 율법을 지키는 데 있지 않고 죄의 지배를 받는 자아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그리스도를 닮는 데 있다.
(3) 율법은 사람의 육적 욕망 때문에 그를 성화시키지 못하고 이기심의 노예로 만든다. 이와 반대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그분의 영은 그들을 이기적 욕망에서 자유롭게 하고 영원한 생명을 베푼다. 법은 사람을 죄의 지배하에 예속시키지만, 사랑은 그를 자유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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