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성서와 관련된 질문에 『읽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신앙은 그렇게 따져서 구해지는 것이 아니야』 『열심히 기도하다 보면 풀어질 거야』등등의 두루뭉실한 답변, 답변 아닌 답변이 사라질 것 같다. 질문자도 모르고 답변자도 모르는, 그러면서도 항상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던 성서에 관한 의문들이 명쾌한 해답과 함께 한 권의 책으로 묶어졌기 때문.
「현문우답」(賢問愚答). 성서학자 정태현 신부(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가 20여 년간 강의나 글을 써오면서 수많은 청중이나 독자들로부터 받아온 질문들에 대한 답변서다.
『단순한 질문들이 아니었습니다. 진리를 향한 갈망이 진하게 담겨 있었고, 「말씀」 때문에 일어난 마음과 지성의 갈등이 정직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반복되는 질문이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히 풀어주질 못했습니다. 매번 답을 주기에는 시간과 공간이 여의치 않아 책으로 묶게 됐지요』
처음 「야곱의 우물」에 연재하다 최근 수정 보완을 거쳐 다섯 마당, 20장의 단행본으로 냈다. 처음 두 마당은 「성서가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성서의 올바른 이해」라는 제목에서 보듯 성서가 어떻게 우리에게 전달됐으며, 어떻게 올바로 이해할 것인지를 다룬다. 셋째와 넷째 마당은 「성서의 하느님」은 누구이시며, 어떻게 공경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다. 다섯째 마당은 「하느님의 구원 의지」가 성서에서 어떻게 드러나며, 종말과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와 복된 소식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알아본다.
정태현 신부는 이렇듯 반복되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신자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고, 무엇을 중요시하고, 무엇이 문제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중이나 독자들의 질문은 자칫 추상적으로 또 이론적으로 흐르기 쉬웠던 연구를 바로잡는 조타수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성서 사도직의 방향을 잡아주었고, 어떻게 유익한 성서연구를 해나갈지 알려주었으며, 하느님의 말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나를 가르쳐줬습니다』
성서 지식이 깊지 못함은 한국교회의 반 지성주의 경향, 신심위주의 신앙 때문이라 진단하는 정태현 신부는 이성적 사고는 신앙을 도와주고 바른 방향으로 이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기왕에 답변하는 것, 다시 궁금증을 유발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학문적으로 조금 깊이 들어가기도 했다. 지성인들의 의문을 풀어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출간된 지 1달쯤 지났지만 반기는 목소리도 다양하다. 한 수도자는 『너무 너무 필요한 책이 나왔다. 줄 쳐가며 정독한다』고 말했고 한 사제는 『사목자에게 더없이 좋은 책』이라며 반겼다. 한 평신도는 『지금까지 나온 성서와 관련된 책이나 입문서 등에서 미진했던 부분들이 많이 해결됐다』고도 말했다. 따라서 성서 봉사자나 사목자 수도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은 확실하다.
『사소한 의문들이 신앙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이러한 의문들을 쉽게 그리고 간단히 풀어줄 수 있음에도 지도자들이 몰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정태현 신부는 『이 책이 작은 장벽들로 인해 하느님 말씀에 다가가지 못하는 평범한 지식인들에게 도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태현 신부는 77년 사제품을 받고 벨기에 루빙대학에서 신약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89년부터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로 일해오고 있다. 구약 번역과 함께 성서 관련 전국 사도직 단체, 수도회, 교구 등에 초빙 받아 강의를 하고, 관련 프로그램에 자문을 해주고 있다. 「놀라운 발견」 등 많은 저서와 역서, 역주, 편역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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