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 피선 20주년에 즈음해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새 회칙 「신앙과 이성」은 신학과 철학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새 회칙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해 몇 회에 걸쳐 회칙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본다.
서론(1~6항)
교황은 여기서 이 회칙의 목적을 밝힌다.
문화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종교는 달라도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근본적인 물음이 있다. 그것은 곧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악은 왜 존재하는가?』 『이승의 생활 다음에는 무엇이 있는가?』와 같은 물음이다. 이 회칙은 교회가 인류를 위해 제공하는「진리에의 봉사」(2항)의 일환으로 예수 그리스도님께 대한 신앙의 진리를 토대로 하여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서 교황은 『교회는 철학이 신앙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복음의 진리를 아직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본다』(5항)고 전제하고, 오늘날 인간의 위대한 지식 능력에 대한 불신 풍조가 만연해 있으며 사람들이 인간적, 개인적, 사회적 존재의 의미와 궁극적 기초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지 않고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진리들에 만족해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철학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결정적인 대답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줄어들었다」(5항)는 것이다. 이에 교황은 『신앙의 진리를 재확인하는 가운데 현대인들에게 자신들의 지식 능력에 대한 진정한 신뢰를 회복시켜 주고 철학에 도전하여 그것의 완전한 품위를 되찾아주는 것』(6항)이 회칙의 주된 목적임을 밝힌다.
제1장 하느님 지혜의 계시(7~15항)
이 장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지식인 계시를 주제로 다룬다.
교황은 우선 교회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지식은 교회가 신앙으로 받은 하느님의 말씀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을 확고히 밝힌다. 교황은 여기서 제1차 및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문헌들을 토대로 하여 신앙과 이성의 두가지 인식 계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앙을 공격하고 이성의 자연적 능력의 결과가 아닌 지식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정한 합리주의자들의 비판을 비판한다. 즉 교황은 인간 이성 고유의 지식을 뛰어넘는 신앙 고유의 지식이 존재하며 이 지식은 자신을 드러내시는 하느님께 근거를 두고 있는 진리를 나타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 교황은 역사 속에 이루어진 하느님의 이러한 계시의 구원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계시하시는 하느님께의 신앙의 복정』(13항)의 중요성을 밝힌다. 이러한 신앙 행위 속에 지성과 의지가 영적 성격을 드러내어 그 주체로 하여금 개인적 자유를 완전히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황은 또한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성을 도와주기 위해 계시가 제시하는 징표들이 있다고 밝히면서, 그 예로 계시의 성사적 성격, 특히 성체성사를 제시한다.
교황은 여기서 『그리스도교의 계시는 사람들이 내재주의적 성질의 압력과 기술주의적 압박을 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진정한 길잡이임』(15항)을 강조한다.
끝으로 교황은 이 장을 마무리하면서 『인간 존재의 궁극적 목적은 철학과 신학 모두의 주제이다. 그 방법과 내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두 학문은 궁극에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관상하는, 영속적이며 충만한 기쁨을 누리도록 이끌어주는 그러한 「삶의 길」을 가리킨다』(15항)고 말한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