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가을, 그 가을을 머금은 세느강의 물빛, 그리고 한국땅의 냄새….
12년만인 지난해 겨울, 파리에서 돌아온 후 처음으로 선보인 김남용(요한ㆍ38ㆍ용인 수지본당)씨의 작품은 이런 유의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10월 30일~11월 8일 신세계 가나아트 전시장에서 연작 「기억속의 풍경」으로 지난 고심의 편린을 선보인 김남용씨의 작품세계는 제목에서 보여지듯 풍경이 주된 소재를 이룬다.
그에게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쉬 만나왔던 일상의 풍경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어디서 본듯한 느낌, 바로 고향의 느낌이다. 12년을 살아온 파리에서도 그의 상상력은 고향산천을 내달려 온 것 같다. 이번에 선보인 23점의 작품 중 3분의 1 가량이 파리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나머지 작품과 동일선상에 있음은 우연이 아님을 감지케 한다.
95년 잠시 귀국해 연 첫 개인전에서 보였던 반구상(半具象)적인 그의 모색은 한발 더 나아가 이젠 완전히 추상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이를 상상력을 자극하고 완전히 열어두기 위함이라고, 그로 인한 상상의 즐거움을 찾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을 비롯해 하느님의 피조물들은 다 제 몫이 있습니다. 이런 저마다의 몫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세상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마음으로부터의 어우러짐」
김남용씨 작품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는 이 어우러짐은 그렇기에 자연스러움이다. 김 씨의 이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이 드러난 귀국 첫 활동이 지난 10월초 원주교구 대화본당 성전에서 펼쳐낸 「기억속의 풍경」스테인드 글라스 연작들이다.
『왜 신자들만의 성미술이 돼야 하나요』
서구에서와 같이 누구나 찾을 수 있고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성전, 성미술이 됨으로써 푸근한 이웃이 되는 교회가 돼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는 김씨는 한국의 성전만이 갖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12년이라는 기억의 바닷 속을 헤엄쳐 그가 도착한 대안은 이제 인간과 동물을 거쳐 식물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그의 모색이 끝닿는 곳은 결국 모든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아마 이같은 본향의 자연, 자연스러움에 대한 몰입이 스테인드 글라스라는 색다른 장르에로 접근을 가능케 했을지도 모른다.
『인간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향산천에 대한 기억은 아무리 씻으려 해도 씻을 수 없는 원체험입니다』
이런 원체험이 짙게 깔렸음인지 그의 작품의 재료는 고향산하의 흙, 모래, 나무다. 나아가 빛 또한 소중한 소재가 된다. 그의 작품에서 스테인드 글라스와 입체적 오브제가 등장하는 것은 이와 궤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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