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곁에 두길 바라시는 하느님을 느낍니다』. 어느 한순간 운명같이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이 자신에게 다가온다면….
오르가니스트 정지련(베로니카ㆍ광주대교구 담양본당), 그는 아무 망설임없이 다가온 예감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지난 85년 조선대 음악교육학과를 졸업한 이후 5년간에 걸쳐 방황(?)을 거듭하던 어느날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된 파이프 오르간곡은 일순간 정지련씨의 온 마음과 몸을 사로잡아 버렸다.
그리고 3개월만에 오른 이탈리아 유학 길, 긴 방황에 비하면 어떤 준비가 없으면 안될 것 같은 길을 정씨는 무엇인가에 끌리듯 나서 버린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 28세. 힘들어서 제풀에 꺾이리라는 목소리들이 주변을 메웠다.
이국의 생소한 언어 속에서 파이프 오르간에 사랑을 쏟기 시작한 그의 몸부림은 드셌다.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아카데미에서 6년여에 걸쳐 종교음악과 연주자 최고 과정을 졸업하고 나서도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오가며 클레멘스 쉬노르, 볼프강 크로이추버 등으로부터 사사했다. 프랑스에서의 마스터코스도 마다 않고 달려갔다.
그렇게 떠났던 길을 되짚어 정씨는 9년여만에 돌아왔다. 물론 완전한 귀국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오르간을 통해 하느님을 알리고 싶다는 정씨는 그러나 아직도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늘『이제 시작이다』는 마음을 품고 산다. 이런 이유로 누굴 가르친다는 것도 아직은 자신의 양심이 허락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걷도록 해주신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과 기쁨이 떠나지 않는다.
이 감사와 기쁨이 그로 하여금 자신을 부르는 곳, 파이프오르간을 칠 수 있는 곳 어디라도 달려가도록 만든다ㆍ지난 10월말 정씨는 바쁜 걸음을 내쳐 서울과 대구에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를 가졌다.
『하느님께서 느지감치 찾아주신 재능을 그분께 돌려드리고 싶다』는 정씨는 하느님을 벗으로 삼는 삶의 모습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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