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시인 신중신(다니엘)씨가 신앙시집을 냈다. 흔하지 않은, 쉽지 않은 신앙시 79편을 담아 「응답시편」이라 제목을 붙이고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지난 2월경 「부르심」의 충동이 왔습니다. 당시 새 시집 「카프카의 집」을 내면서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신앙시란 무엇인가?」하는 화두가 떠올랐고, 신앙시를 써야겠다는 충동이 일었습니다』
9월까지 시작(詩作)에 몰두, 37편이나 썼다. 짧은 기간에 엄청난(?) 양의 작품을 소화해낸 시인은 스스로도 놀라며 『뜻 깊은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서른 해 남짓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쓴 신앙시가 50편임을 감안할 때 결코 「부르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으르고 큰일을 하기에는 결단이 부족한 저에게 「부르심」을 통해 덥석 용기를 주신 하느님께 「응답」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신중신씨의 이러한 「충동 체험」은 이번이 세 번째, 신앙을 담은 서사시 「빛이여 노래여」와 103위 성인전 「주여 어디에 계셨나이까」를 쓸 때도 「충동」 때문이었다.
「신앙시」 하면 교회 행사 떄나 간행물에서 듣고 보아온, 찬양과 고백 일변도의 「기도문」이 생각난다. 상징과 은유가 배제된 채 직설적이면서도 극히 주관적인 표현들로 인해 문학으로서의 시(詩)라기보다는 감사 찬양갈구를 담은 기도문으로서의 역할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신중신씨의 작품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고통과 슬픔이 아름다움으로 바뀌면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체의 유려함과 더불어 그의 작품에는 진실과 사랑이 뼛속 깊이 배어 있음이 느껴진다.
적절한 상징과 은유로 「아베 마리아」에서는 「우리 엄마」와 같은 인간미 묻어나는 성모를 노래하고, 「산타 마리아」에서는 성스러운 어머니를 노래한다. 때로는 「불쌍히 여기소서」에서와 같이 현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시대상을 반영하는 글도 쓴다. 「아가(雅歌)」 「시골성당」과 같은 예쁜(?) 시(詩)들도 있다. 시인도 인정하듯 이전의 난해한 작품에 비해 쉽고 정감이 와 닿는 시들이 많다.
한국시인협회 정진규 회장은 신중신씨의 작품에서 후끈한 「단내」를 맡는다고 말했다. 시인의 사유나 감성이 진행되고 있는 「몸」에서 나는 냄새가, 고통을 감미로움으로 또 그 감미로움을 고통으로 바꾸어 온몸으로 수용하는 그 냄새가 후끈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작지만 탈란트로 주신 글재주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하고 또 고맙게 생각합니다. 재충전 시간을 가지면서 더 좋은 신앙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어려운 때 선뜻 책을 묶어준 성바오로출판사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1941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신중신씨는 62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시부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고전과 생모래의 고뇌」 「투창」 「낮은 목소리」 「모독」 「바이칼호에 와서」 「카프카의 집」 등이 있고 장편소설 「까리아인」과 수필집 「한국인의 마음」 「문학의 아름다움과 뿌리 찾기」 「명작을 읽는 즐거움」 「나의 세계 명작 순례기」 등이 있다. 대한민국 문학상, 남명문학상, 한국시협상을 수상했으며 중앙대 예술대 강사를 역임하다 현재는 집필생활에만 전념하고 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