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13번째 회칙「신앙과 이성(Fides et Ratio)」은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이해와 답변을 제시한다.
2천년 대희년을 앞두고, 자신의 교황 피선20주년을 맞아 발표된 새 회칙은 신앙과 이성의 극단적인 분리를 야기한 현대 문화 상황을 비판하고 인간은 이성을 통해 궁극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음을 명백하게 가르친다.
반포 배경과 주제
새 회칙은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AetemiPateis(1879년 8월4일)이 발표된 지 한 세기가 더 지난 오늘「신앙과 이성」,「신학과 철학」의 관계에ㆍ대한 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한다.
현대인들은 모든 것이 상대화된(진리가 합의로, 윤리가 다수결로 결정되는)세계 안에서 회의론, 불신, 윤리적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새 회칙은 인간을 혼란과 불안에 빠뜨리고 결국 절망으로 이끌기 쉬운 현대 문화 상황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 성찰로 인간은 자신의 이성을 통해 궁극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선포한다.
새 회칙의 준비에는 12년이 소요됐지만 교황은 이미 즉위 초기부터 신앙과 이성의 관계에 대한 회칙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신앙과 이성에 관한 교황의 관심은「인간 구원(Redemptor Hominis, 1979)」과「진리의 광채(Veritatis Splendor, 1993)」에서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나아가 신앙과 이성에 대한 교황의 학문적 연구는 루블린 대학에서 윤리학을 가르치던 1950년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교황청 신앙교의성 라칭거 추기경은『새 회칙이 피선 20주년 기념 하루 전날 발표된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며『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직 전체에 있어서 새 회칙이 갖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대상
「신앙과 이성의 관계에 대해 가톨릭교회 주교들에게」발표된 새 회칙은 특별히 신학자와 철학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깊은 신학적,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어 쉽게 읽을 수 없다.
회칙이 평이한 일반 신자들이 아니라 소수의 지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교황이 수많은 여행, 대중과의 접촉으로 누구에게나 친밀한 교황으로 인식돼 온 한편 지식인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크게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아킨 나바로발스 교황청 대변인은『지성인들의 책임과 영향력은 엄청나다』며『교황은 사상과 문화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지적 추구의 방향을 바꿀 때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회칙은 어느 누구도 제외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 곧『나는 누구인가?』,『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악은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추구함으로써 교회 안팎의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구성 및 요지
회칙은 서문과 7개장, 총 108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다음은 회칙「신앙과 이성」의요지이다.
신앙과 이성은 인간 정신이 진리를 바라보며 날아오르는 두 날개이다. 새 회칙은 인간 존재가 갖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이해와 답변을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의 진리에서 이끌어낸다.
회칙은 신앙과 이성의 극단적 분리를 초래한 바람직하지 못한 문화 상황에서 반성의 출발점을 찾는다. 하지만 교황은 비난이 아니라 문화인들 사이에서 폭넓은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일련의 문제들을 제기한다.
이성은 본질상 자기 성취를 지향하고 있으며 진리 추구를 가능케 하는 천부적인 도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미 위기에 처한 여러 현대 철학 운동들은 이성 본연의 존재를 방해 하면서 이성의 취약한 상태를 이상화하려 하며 여기에서 실용주의와 자유의지를 선호하는 인간관과 세계관이 유래한다.
교황은「진리의 봉사」라는 사명을 토대로 교회가 위대한 이성의 보호자임을 천명한다. 지난 세기를 돌아볼 때 이성과 신앙은 서로 인정하고 재발견하게 해주는 동반자였다. 새 회칙의 목적은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진리 추구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성서의 사상은 이성과 신앙의 일치를 토대로 진리의 인식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리켜 준다. 인간이 존재의 근본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자 한다면 하느님께서 주신 인식을 도외시할 수 없다. 인간은 이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물음을 제기하므로 진리에 도달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 진리는 보편 진리이다. 진리의 추구는 인간의 본질이고 그 진리는 궁극적 진리이다.
역사 안에서 철학과 신학의 문제들, 특히 다양한 현대 철학 사상의 문제들을 다룬 이 회칙은 신앙과 이성의 관계를「원」으로 파악하고 참된「지혜의 길」을 제시한다. 이 세기 말에서 우리의 가장 중대한 위협은「절망」의 유혹이다. 이에 우리는「형상에서 본질로」옮겨가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 현대 철학 체계는 진리 추구에 대한 형이상학적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진리와 자유는 서로 손을 잡고 가든지 아니면 함께 멸망하고 말 것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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