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는 나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양화가 전지연(안나ㆍ44ㆍ서울 사당동본당)씨에게만큼 이 말이 적절하게 와닿는 경우도 흔치 않을지 모른다.
불혹의 나이를 성큼 넘어선 전씨의 얼굴에선 그가 발산해온 숱한 끼의 역사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고등학생 딸을 둔 여느 평범한 주부의 티가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접하면 형용키 힘든 당혹감에 빠질 수도 있다.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는 긴장감과 아울러 눈으로만은 볼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추상과 구상의 어느 편에 서 있다고 딱히 단정지을 수 없는 그의 작품의 성격도 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인간의 삶의 양식은 소유로서의 삶과 존재로서의 삶이 있습니다. 소유로서의 삶이 껍데기, 죽음, 동물성이라고 한다면 존재로서의 삶은 내용, 생명, 정신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지연씨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철학이다. 30대 후반이라는 어떤 결심도 쉽지 않은 나이가 돼서야 화단에 입문한 그는 그러나 『작품보다 작가가 판치는 세상』이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전씨는 자신의 얘기를 꺼린다. 작가에 대한 모든 판단이 학벌, 수상경력 등 작품 이외의 껍데기로 재단되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 탓에 작품활동 10년을 바라보는 지난 10월 7일에야 첫 개인전을 큰 마음먹고 열 정도였다.
이 때문인지 96년 이후 전씨의 작품들은 현대인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형상화한 「껍데기 시리즈」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소유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삶의 세태를 천착해 들어가고자 하는 작가의식과 고민이 만들어낸 산물인 셈이다. 그 속에서 전씨가 도달한 결론은 『현대인은 껍데기의 시대 속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사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철저한 동물성의 껍데기를 통해서『과연 이것이 우리들 모습의 전체인가, 잃어버리거나 빠진 것은 없는가』라는 강력한 반어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전씨는 결혼 후 적잖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등을 거쳐 회화에 와닿았다. 그러나 삶의 일관성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는 그는 영혼의 느낌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고 원하는 것에 보다 가까이 가기 위한 작업의 결과였음을 털어 놓는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