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두(방문)선교
찾아나서는 교회로 탈바꿈 선도
초대교회 공동체모습 닮은 「원초적 선교」
8년째…예비신자 입교 효과 곳곳서 입증
『천주교 길거리 선교 활발 - 찾아나서는 교회 탈바꿈』. 『천주교 「가두선교단」 매일 2시간씩 도심서 활동』.
근자에 들면서 한 지역 일간지에 소개되고 있는 천주교 관련 내용들이다. 소개되고 있는 천주교 관련 내용들이다. 굵직한 제목들이 선교활동 사진과 함께 시원스럽게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찾아나서는 교회로의 탈바꿈」. 그렇다. 가두(방문)선교는 종래의 천주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한국교회내에서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가두선교 활동은 그 효과만큼이나 확산 속도 역시 빨랐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천주교 안내책자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는 3백30만부가 발행됐다. 지난 8년간 다양한 변화를 거듭해 온 이 선교책자는 교회안에서 이미 「밀리언셀러」가 된지 오래다.
전국 1,100개 본당 가운데 900여개의 본당과 150여개 각종 단체에서 가두 및 방문선교용으로 이 선교책자를 사용하고 있다. 뉴욕과 LA를 비롯한 미주지역과 호주 시드니 등 세계 각지 한인성당에서 직접 가두선교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교구 84개 본당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330개 본당에서 5만5천여명의 신자가 가두선교 연수를 받았다.
최근 몇년 사이 전국에서 두드러지게 많은 예비신자가 입교한 본당의 경우 대부분이 가두(방문)선교의 직접적인 효과를 보거나 이를 활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가두선교 활동에 참가해본 신자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초경험자들은 대부분 『아직은 쑥스럽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막연한 기대감은 누구나 가지게 된다. 『뭔지는 모르지만 선교에 대한 열정 같은 것이 생겨납니다.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그래서 다음번에는 더 열심히 해서 좀 더 많은 이들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년째 가두선교에 참가하고 있다는 백형숙(데레사)씨의 말이다.
그렇다면 가두 및 방문선교 활동의 최대강점은 무엇일까. 가두선교단의 창설자 이판석 신부(대구 지산본당 주임)는 『가장 초대교회 공동체다운 선교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원초적 선교」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신부는 『오늘날 자동차산업이 기계산업의 꽃이라면 복음전파는 본당 모든 사목 활동의 꽃』이라고 말한다.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주식회사에 불과하다』고 그는 단호히 말한다. 『예비신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찾으려는 노력, 열성이 없다고 해야 옳지요』.
여기서 8년째를 맞고 있는 가두선교 활동이 직면하고 있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를 가두선교가 뿌리내리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판석 신부의 말을 들어보자.
『그동안 가두선교 자체에 의미를 두려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용기를 얻었다거나 자기만족적인 부분이 강했지요. 이젠 인식이 바뀔때입니다. 실제로 강력한 선교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실질적인 선교효과를 체험케 하고 이 체험은 또 선교에 불을 지르고, 이것이 곧 효과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물론 가두선교 초창기부터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다. 다만 그동안 신자들을 거리로, 교회밖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결실을 거두고 보완하는데도 관심을 기울일 때라는 얘기다.
여기서 이신부는 매우 중요한 과제를 던져준다. 『선교는 단순히 교세불리기 차원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선교의 일차 목적은 모든 이들의 의식에 잠재돼 있는 종교감(religio sensus)을 일깨우는데 있습니다. 종교감의 회복에서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것. 이것이 곧 온 누리에 만연한 성령의 활동입니다. 천주교회를 찾게 하는 데에는 선교적 기술과 기도 등 인간적인 노력이 요구되겠지요. 중요한 것은 「순간의 만남이 영원을 지향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종교심성을 일깨우는 것은 바로 새로 태어남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 『선교에 대한 이같은 포괄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지 못할 때 자칫 교세를 늘리기 위한 영세입교, 경쟁적 세불리기에 만족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신부는 『이런 차원에서 가두선교는 물론 어떠한 선교방법이라도 독점될 것이 아니라 노하우와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96년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자기소개서가 5,000여장. 98년 1월부터 9월까지 590명 교리반에 입교. 가두선교단 본부가 있는 지산본당의 경우다. 비단 지산본당 뿐아니라 전국의 본당 사례들이 가두 및 방문선교의 실질적인 효과들을 입증해주고 있다.
『사제와 신자공동체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열성의 열쇠는 본당신부에게 있습니다』. 이판석 신부는 『회개와 선교, 이는 교황님이 대희년을 앞두고 우리 모두에게 촉구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 새로운 양 찾기
위기감에서 비롯…선교의 새 모델로 정착
물량주의 위험 극복, 체계적 연구 분석필요
새로운 전망과 자신감” 큰 성과
이른바 「새로운 양 찾기」운동은 지하철역이나 길거리에서 경박하게 소리치는 개신교 신자들의 선교방식과 달리 점잖고 엄숙한 신앙생활을 미덕으로 알았던 천주교 신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새로운 양 찾기 운동의 탄생은 한국 천주교회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90년대로 넘어오면서 급감하기 시작한 영세자수, 그와 반대로 늘어가는 냉담자수, 여기에 본당 대형화와 중산층화의 부작용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교회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선교의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94년 인천교구 만수1동본당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타개책으로 혁신적인 선교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새로운 양 찾기와 잃은 양 찾기 운동이다. 그해 12월 1차 잃은 양 찾기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 본당 신자들은 이듬해 2월 새로운 양 찾기를 시작했다.
1차 새로운 양 찾기에서 482명 입교, 2차에서 600여명이 입교했다. 두 차례의 집중적인 선교운동으로 1천명이 넘는 새로운 양이 탄생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리고 3차, 4차 선교운동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한국천주교의 본당 차원의 선교에 있어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기록한 만수1동의 놀라운 성과는 신앙생활의 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타교구, 타본당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급속도로 확산돼 갔다.
서울에서는 구로본동본당, 신당동본당 등이 나름대로의 본당 사목 환경에 적용된 새로운 양 찾기를 시도했고 역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수원에서도 화서동본당이 실시했고 군포본당은 이전의 다른 어떤 본당보다도 많은 1,195명이 단 한 번의 운동으로 입교했다. 그외에도 새로운 양 찾기를 본당 활성화와 선교의식의 신장에 활동하고 있는 본당은 전국적으로 20여개에 달한다.
새로운 양 찾기의 성과는 우선 이전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5배 이상의 신영세자를 배출해낸다는 점이다. 이처럼 눈에 띄는 가시적 성과는 운동의 확산에 일차적으로 기여했다.
운동의 과정에서 배양되는 선교의식과 신앙생활의 강화는 영세자수의 증가에 버금가는 높은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직접 비신자들을 찾아나서기 전에 영적인 무장을 위한 각종 기도운동과 성서공부는 평소 나태하고 이완된 신앙생활에 빠져 있던 많은 신자들이 신앙의 활력을 되찾게 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선교에 대한 새로운 전망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새로운 양 찾기는 천주교 신자들이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선교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외식할 때 식당에서 성호를 긋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던 신자들은 운동을 통해 자신있게 신앙을 피력하는 자세를 갖게 됐다.
그렇다면 「새로운 양 찾기」가 한국 교회 각 본당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선교 방법 모델로 정착될 가능성을 어떤가. 이벤트성 운동으로서 갖는 한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함께 보다 개선된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 분석이 요구된다.
우선 상당한 인력과 재정이 투여돼야 하는 한시적 운동으로서 선교의식이 진작을 위한 초기 단계의 선교 전략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교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으로 삶의 전체를 통해 수행해야 하는 의무인데 이같은 한시적 운동이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는 수백명, 1천여명에 가까운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영세를 할 경우, 예비자 교리교육이나 영세 후 신앙생활이 충실하게 이어질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보완책들이 강구되고 지금까지는 이러한 보완책들이 적지 않은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평신도 지도자 양성, 신자재교육 등에 있어서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대개 본당들이 생활 수준, 신자 계층 분포등 모든 면에서 서로 많은 편차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양 찾기를 사목환경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사례 연구가 필요하다.
새로운 양 찾기 운동이 시작된지 만 4년이 지났다. 운동의 성과와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으나 본당에서 실천할 수 있는 선교 모델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성과 뿐만 아니라 문제점과 과제에도 관심을 갖고 집중적인 연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사목적 연구 분석이 이뤄져야만 모든 신자들이 신앙생활에 내태하거나 물량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선교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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