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와 성혈의 신비」는 예수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의 극치입니다. 당신의 목숨을 바치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을 떠나시면서 당신의 살과 피마저도 우리에게 다 내어주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해 영적항해(航海)를 하는 당신 자녀들에게 「희망의 보증」과 「생명의 양식」이 되어 주신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께서 오늘 「빵의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말씀과 이적(異蹟)으로 군중을 영적으로 배부르게 하신 예수님께서, 육신적으로 허기진 그들을 위해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행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기적을 오늘날에도 계속하고 계십니다. 성체성사때 사제의 손에 의해 성변화 되는 성체와 성혈을 통해서 당신 백성을 영적으로 배불리시고 생기 있게 해 주십니다. 또한 육신적 배고픔을 이 세상에서 없애시는 구체적인 빵의 기적도 계속해서 행하고 계십니다. 아무리 이 세상에 인구가 많고 또 홍수ㆍ가뭄ㆍ한파 등 이상기후 현상의 영향으로 농작물의 작황이 나쁘고 가축들이 피해를 입는다 하더라도, 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온갖 종류의 먹거리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을 정도로 풍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이 세상에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허다한 것은 오로지 우리 인간들의 잘못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풍족하게 허락하신 세상의 재화를 인간이 올바르게 함께 나누어 사용하지를 않기 때문에 그런 비극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는 절망의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것과 입을 것, 살 집을 얻게 되는 기적을 베풀어주시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그 기적이 우리들의 정성과 손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다미안 신부님은 하와이의 「몰로카이」라는 섬에서 나환우들을 위해 일생을 봉헌하신 분이십니다. 불과 100년 전의 일입니다. 그 섬의 나환우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사람들이었고 세상을 포기한 사람들인지라 그 섬은 온갖 타락과 폭력이 횡행(橫行)하는 무법천지였습니다. 육지에서 오는 구호품들은 힘 있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부당하게 다루어졌고, 가난한 사람들은 헐벗음과 배고픔에 2중의 고통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다미안 신부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세워가기 시작했고, 신부님의 사랑과 노력으로 몰로카이섬은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빵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 저녁, 마을사람들의 식사배급이 거의 끝나가는 무렵 많은 새 식구들이 몰로카이 섬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을 위해 새로 음식을 장만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신부님께서 묵묵히,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빈 광주리를 하나 돌리셨습니다. 잠시 후, 참으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빈 광주리가 빵이 가득 담긴 광주리로 변해 다미안 신부님에게 돌아온 것입니다.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자기의 정량에서 얼마씩을 새식구를 위해 떼어 광주리에 넣었던 것입니다. 새 나환우들은 그 빵으로 허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나눔이라는 것을 아예 몰랐던 사람들이 이렇게 변화되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날에도 우리를 도구 삼아 빵의 기적을 이루시려고 하십니다.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라는 「작은 것」을 가지고, 남자만도 5,000명 이상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도 그 남은 것이 12광주리나 되는 큰 기적을 이루셨던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정성이 담긴 우리들의 「사랑의 나눔」을 이용하셔서 큰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오늘날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고통 받는 형제들을 측은 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들의 열린 마음을 촉구하시며 우리들의 너그러운 손을 기대하실 것입니다.
이러한 「나눔」을 통해 성체와 성혈의 그 사랑의 신비가 환히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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