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인」정호승(프란치스코·48)씨가 세파에 시달린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창작우화집 「당신의 마음에 창을 달아드립니다」(해냄)를 펴냈다.
『어느 날 제 마음 속의 창을 들여다 보니 제대로 남아 있는 창이 하나도 없었지요. 깨어진 유리창엔 먼지가 부옇게 끼어 있고 창틀조차 부서져 있었습니다. 제 마음에 창을 달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창을 달아주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저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마음 속에 열 개 정도의 창을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는다고 한다. 그중 세 개는 자신을 위해서 쓰지만 나머지 일곱 개는 남을 위해서 쓰라고 주어졌단다.
그는 마음의 창들이 폐허가 된 것은 남을 사랑하는 일에 인색했고 무엇보다 남에게 사랑받기만을 바라는 만용을 부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두 75편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담긴 이 창작 우화집은 그래서 어떻게 사랑할것인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를 말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사랑은 곧 삶의 지혜이다.
「가장 아름다운 꽃」에서는 교통사고로 남편을 앗긴 아내에게 시아버지가 주는 지혜를 말한다. 상심에 세상을 원망하는 며느리를 꽃밭으로 인도해 『여기에서 꺾고 싶은 꽃을 하나 꺾어 보거라』고 말한다. 그녀가 가장 아름답게 핀 장미꽃 한송이를 꺾어 들자 시아버지가 다시 말한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우리가 정원의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꺾어 꽃병에 꽂듯이, 하느님도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먼저 꺾어 천국을 장식한단다. 얘야, 이제 너무 슬퍼하지 마라』
시인은 또 현실의 삭막함과 답답함, 절망감을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에 대해서도 나직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
못생긴 얼굴에 자신은 실패라고 여긴 「나」는 조용히 죽어가기로 하고 자기 얼굴처럼 못생긴 모과가 되어 거실 한구석에서 썩어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썩어가는 모과의 향기에 취한다. 『얘, 이 모과향 정말 좋다. 어디서 났니? 난 이런 은은한 향이 좋아.』썩어가는 모과에서 향기가 난다! 그때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얘야,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라. 실패에는 성공의 향기가 있단다…』
지하 7백m의 막장에서 도시락을 챙겨 먹는 광원의 입을 통해 이런 말도 들려준다. 『제 소원요? 그건 물론 땅위의 직업을 갖는 거지요. 땅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직업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몰라요…』
시인이 우화를 쓴 이유는 무얼까.
『때로는 시로도, 소설로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요』
이 책의 주된 테마를 이루는 사랑의 경우가 그러할 듯 싶다. 세세한 설명으로는 백과사전 한질을 모두 사용해도 부족하고 몇마디 함축으로는 차마 그 풍요하고 다양한 면모를 모두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래서 사랑이나 희망을 말함에 있어 우화라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우화가 오히려 시보다도 더 투철한 정신의 소모를 요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준비하는데만도 꼬박 5년이 필요했다. 사실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마음의 창을 달아주는 것이 그만큼이나 시간도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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