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거리 1만2천1백km에 여정 길이 1만8천9백km. 백야 영롱한 네바강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관통해 자작나무숲 시베리아를 횡단, 극동 연해주까지 시차를 아홉번이나 바꿔가며 강행군한 유러시아 횡단은 고달프지만 장대한 여정이었다.
『옛 소련 연방과 러시아 제국의 역사, 그리고 그들 삶의 방식인 슬라브 문화에 최대한의 겸손으로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정을 통해 느낀 절절함은 동포애였습니다.』
북미와 유럽, 실크로드 등 대륙 횡단 여행을 즐겨온 강인철씨(시몬·54)가 친구 3명과 함께 지난해 9월 한달 일정으로 떠난 유러시아 횡단 여정의 감동을 「그래도 고려인은 살아 있다」(혜인)라는 제목의 책에 담았다.
이번 여정의 주제는 「고려인」이다. 1937년 삶의 터전에서 뿌리째 뽑혀 중앙아시아의 황량한 황무지에 흩뿌려진 고려인들. 24만여 명에 달하는 이들은 그해 9월부터 몇 달 동안에 걸쳐 아무런 돌봄도 없이 기차에 짐짝처럼 실려 찬바람이 살을 에는 허허벌판에 버려졌다.
그후 60년 세월이 지났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풍성한 추석 명절을 보낸 것이 지난해 9월이다. 강씨가 이들을 찾아 나선 것은 이때가 소위 카레이스키(고려인)들을 한자리에서 가장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주 당시 비참한 이동 과정에서 절반이 죽어 절반만이 도착했고 다시 또 그중 절반이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었다고 합니다. 결국 애초 출발한 인원의 4분의 1만이 황량한 벌판을 갈고 다듬어 지금에 이른 것이지요』
강씨는 이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눈으로 확인하고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에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정의 성과는 큰 것이었다.
강씨의 대륙 횡단은 이번이 네 번째. 3년간 1천만 원의 적금을 부으면서 준비해 94년 막내아들의 대학입시가 끝나자 아들 넷과 함께 감행한 미대륙 횡단이 그 첫번째이다. 「5부자 라이브 인 USA」(세길 간행)는 아직도 솔솔 나가는 스테디셀러이다. 2년 후 막내딸의 대입이 끝나면서 딸과 둘이 떠난 유럽일주는 가장 긴 5주간의 여정이었다. 중국과 실크로드는 동생 둘과 함께 다녀왔다.
다음 목표지는 인도이지만 환율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할 예정이다. 여행은 분수껏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중남미, 호주 역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여행에 대한 강씨의 신념은 확고하다.
『여행은 문화이고 관광은 산업입니다. 관광산업이라는 경제활동이 잘못 운영돼 IMF에 일조했지만 문화로서 여행 자체를 매도해서는 안되지요』
강씨가 권하는 배낭여행은 첫째, 절대로 자신이 스케줄 일체를 작성해야 하고 둘째, 막연한 관광이 아니라 종교순례, 역사기행, 자녀교육 등 분명한 목표와 주제를 설정해야 하며 셋째, 다녀오면 반드시 자신의 경험을 체계있게 정리해 보고서 등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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