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의존(依存)하는 존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특히 남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우리 인생살이의 모습을 조금만 살펴봐도 쉽게 이해가 되는 말입니다. - 물론 전체적인 수명(壽命)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진 하지만 일반적으로 - 물고기는 알에서 부화되자마자 잘은 못하지만 그래도 헤엄을 칠 줄 압니다. 알을 깨고 나온 어린 새들도 얼마 후면 이내 날기 시작합니다. 태어나자마자 일어서서 걷는 동물도 많습니다. 그러나 갓 태어난 인간은 그렇게 하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삶을 영위할수 있을 때까지 부모님을 비롯한 다른 존재의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 성장해 살아가면서 인간은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느끼며 다른 도구에 의존하게 됩니다. 새처럼 날지를 못하니까 비행기를 만들었고, 날쌘 동물처럼 빨리 달릴 수가 없으니까 자동차를 발명해 그것을 타고 다닙니다. 물고기처럼 헤엄을 잘 칠 수 없으니까 배를 만들어 물위를 건너다닙니다. 무언가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도구(道具)를 만들어 그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렇듯 인간은 「궁금적으로 의존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하는 이러한 「의존」가운데 가장 고귀하고 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하느님께 대한 의존」이라는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께서는 「꽃들이 태양을 향해 자라는 것처럼 인간의 내적 갈망은 하느님을 행해 있다」라고 말씀하시며, 「내 마음이 당신 곧 하느님 안에서 안식을 열기까지 내게 참 평화는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고백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바로, 우리가 얼마나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하며 그분 안에서만 기대해야 하는 존재」인가를 잘 표현해 주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할 때에만 비로소 우리는 참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평화의 선물」은 성령의 도래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평화와 일치, 사랑의 성령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오늘 이 말씀은,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불안과 고통의 심연에서 신음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희망과 지혜를 주시는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인종·종교·사상(思想)의 차이를 이유로 벌이는 전쟁과 학살, 그리고 그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는 가난한 이들의 기아(飢餓)와 질병의 문제들로 이 세상은 「참 평화」로부터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만연하는 사회악과 부조리, 인간성·도덕성의 상실 그리고 더욱이 외환위기로 말미암은 경제적인 불안감 등등이 우리의 내적/외적 평화를 빼앗아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어찌보면 세상에 참 평화를 이룩하는 일은 아주 쉬운 일같아 보입니다. 비근한 예로, 어려운 우리의 경제현실문제에 있어서, 정치인들은 당리당략(黨利黨略)의 욕심을 버리고 거국적(擧國的) 아니 거세계적인 차원에서 일을 하고, 재벌은 직원·노동자 역시 사용자를 신뢰하고 주어진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며 성실히 일을 하면 무언가 잘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압니다.
사람마음이 백인백색(百人百色)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 하나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경우가 많은 것이 보통사람들의 마음일진대, 그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하나의 마음으로 모은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습니까? 세속적·정치적·힘의 원리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의 의존,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 그리고 성령의 도우심이 더욱 더 간절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영육으로 살게 하시는」하느님의 섭리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 의존해야 하는 존재」인 내가 지금 현실적으로 가장 믿고 의지로 삼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권력이나 재물, 명예 따위는 결코 우리에게 참 평화를 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것들은 언제든지 우리에게 불안과 고통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것들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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