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불행의 참 의미를 가르쳐주는 우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사람은 죽으면 먼저「슬픔의 나무」라고 불리는 커다란 나무 밑에 서게 된다고 합니다.그리고 사람들에게는, 그가 세상에서 겪었던 모든 수고와 고통의 짐을 벗어 그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대신 그곳에 이미 걸려있는 것 중 어느 것이든 자기가 원하는 것과 바꿔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은, 자기가 지고 왔던 것보다 덜 불행하고 덜 고통스러워 보이는 것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을 고르다가, 결국은 대개 자기가 걸어놓았던 것들을 도로 가지고 간다고 합니다. 자기가 당한 고통과 슬픔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이고 또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만 알았는데….
그리고 남들은 다 행복하고 편하게만 사는 줄 만 알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와 바르나바는「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며 신자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며 그들을 격려합니다. 또 제2독서에서 요한은「눈물,고통,슬픔,울부짖음,죽음이 없는 새 하늘 새 땅」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마지막 비단「마지막 떄」에 뿐 아니라「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하실 떄에는 언제 어디서나 현실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러한「하느님 나라, 새 하늘 새 땅」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하나의 새로운 계명, 곧「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십니다.
우리 모두는「하느님 나라,새 하늘 새 땅」을 희망하며 사는 사람들이고 그것을 위해 인내와 사랑의 실천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어째 현실은 그렇지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의 욕심과 나태, 이기심 때문에 자초하는 세속적 고통으로 힘들어하고, 그것을 인내하면서 기도-애덕실천으로 봉헌-승화하려 하기보다는 회피-포기함으로 결국은 신앙과 생활의 생명력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종들에게 모질고 인색한 부자가 있었습니다.그런데 그는 물질적인 풍요가운데서도 항상 심신이 피곤하고 삶이 괴로웠습니다. 그 까닭은 그가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기 때문인데, 꿈에 그는 종이 되어 늘 어떤 못된 상전 밑에서 혹독한 종살이를 하며 고통을 당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자가 실제로 부리는 종 가운데는 항상 웃는 낯으로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노인이 한분 계셨습니다. 고된 노동을 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늘 만족해하는 그를 불러 그럴 수 있는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그의 대답은, 비록 낮에는 종으로서 힘든 삶을 살지만 밤만 되면「꿈에 나라님이 되어 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에 있어 낮과 밤이 반반씩인데, 낮에는 종살이를 하더라도 밤에는 임금이 되니 어찌 낮의 괴로움을 원망할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다 뜻있는 것, 그는 낮에 종살이를 하면서 밤에 임금으로 사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 부자도 낮과 밤의 참 의미를 깨달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세상은 분명 지나가는「낮」과 같은 것입니다. 아직은「일을 할때」이고 편안한 쉼을 위해 부단히 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아무리 삶이 힘들고 죽을 맛이더라도 지금은 세상의 그 노고를 감수인내하고 또 영적인 싸움에 철저히 임해야 할 때입니다. 인내함 없이 그런 것들을 다 회피하고, 지금부터 편히 살기만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영원한「새 하늘 새 땅」은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고통」이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처절히 체험되는 이즈음,고통의 의미를 신앙적으로 묵상하고 실천하는 일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서로 사랑하는 크리스찬의 삶」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하느님-예수님을 알게 될때, 이 세상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부터「눈물, 고통, 슬픔, 울부짖음, 죽음이 없는 새 하늘 새 땅」이 될 것입니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