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개막한 ‘사제의 해’는 교황청 성직자성 공문이 밝히고 있듯이 사제직과 사제의 사목적 임무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사제의 해는 우선 사제의 신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제들이 하느님과 맺는 친교를 통해 선교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려 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자연스런 결과가 사제 성소의 증가다.
사제들이 해야 할 일은 많다. 특히 사제의 해에 사제들이 해야 할 일은 더욱 많다. 그런데 신학교에서 영성 지도를 담당하는 사제들은 그 ‘해야 할 일’을 파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신원의식의 정립’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제는 누구인가. 그들은 왜 평신도들 앞에 서는가. 사제직의 핵심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Deu in altum!),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성사적으로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사제는 그리스도가 명한 바를 맨 앞줄에서 실천한다.
사령관은 ‘선교’를 명령했다. 일선 전투 지휘관은 자신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순 있겠지만, 사령관이 지시한, 수행해야 할 궁극적 임무는 잊지 말아야 한다. 사령관에게 명령의 수정 여부를 문의할 필요는 없다. 선교 명령은 지금까지 한 번도 철회된 일이 없으며, 앞으로 철회될 예정도 없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제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 말씀을 선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사제 4항)고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선교 의무는 성사 집행의 의무로 이어진다. “(복음화는) 모든 이가 신앙과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한데 모이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거룩한 제사에 참여하고, 또한 주의 만찬을 먹도록 하는 것이다”(전례 10항). 교회는 이렇게 성사들이 하느님 말씀의 선포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사제는 구원활동의 교역자’라고 말할 수 있다. 사제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구원의 대화를 위한 도구가 된다. 그리스도는 이를 위해 사제가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몇 가지 권한과 능력을 주신다. 마당쇠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 빗자루를 쥐어주는 것처럼, 그리스도는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화시키는 희생제사의 능력, 복음을 선포하는 권위, 성사적 용서를 통하여 죄악을 이기게 하는 능력을 주셨다. 빗질로 마당이 깨끗하고 환해지듯, 사제의 권위와 능력을 통해 본당은 생명과 활력이 넘치게 된다. 사제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성령의 힘을 얻어 그리스도의 교회 안에서 그분의 가르침을 계속한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마당쇠가 그렇듯, 사제도 그리스도의 철저한 종이 되어야 한다. 참고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번 사제의 해의 주제로 ‘그리스도의 충실성, 사제의 충실성’을 선택했다. 이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1요한 4, 19)라는 그 은총의 절대 우위를 드러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시에 이 주제는 사랑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전제되는 ‘충성’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마당쇠라는 우리말을 교회에선 고상한 표현으로‘봉사자’라고 한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봉사자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의 봉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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