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 부부를 모시고 부부 성장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강사인 나로서는 오늘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는 순간, 역시 반전은 또 마지막 질문에서 생겨나더군요. “신부님, 그런데 혹시 시어머님은 모셔보셨어요?”
“신부님, 우리 부부는 나름 잘 살아오고 있지만, 명절이나 혹은 집안의 큰 일이 있으면, 그 큰일의 크기만큼 시어머니와의 마찰이나 의견 충돌로 결국은 남편과 큰 싸움을 합니다. 이건 어떻게 하죠? 그게 풀려야 우리 부부가 성장할 텐데!”
사제인 내가 부부 대상 강의를 할 때마다 듣는 질문은 ‘신부님은 결혼도 안 했으면서도, 부부 문제를 정말 다 알고 있기는 합니까?’입니다.
그럴 때마다, “수도 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함께 사는 모든 형제가 내 배우자와 같아서, ‘그러면 여러분은 배우자를 한 번에 90명 정도 두고 살아 온 적 있나요?’”라고 되묻곤 합니다. 그러면 이야기는 뭐, 비슷하게 셈 되는 것 같은데, 이번처럼 예상치 못한 질문에는 순간, 움찔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며느리에게 있어서 ‘시어머니’의 존재는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하지만 너무 멀면 금방 시어머니가 며느리인 자신의 속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릴 것 같은 그런 관계인 듯합니다. 또한 이들은 같은 여자이기에, 서로가 여자로서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있겠거니, 하지만 그것이 위로보다는 오히려 짐이 된다고들 합니다.
예전에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담 전문가인 저의 은사 신부님께서 말씀해 주신 일이 있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어쩔 수 없어요! 친정엘 가면 딸인 그 며느리. 친정에서는 그냥 아무렇게나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도 그 집에서는 딸인 여자가 시댁엘 가면 마음대로 그렇게 할 수 없지요. 며느리의 본성은 시부모님에게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데, 바로 그 마음이 오히려 관계를 더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지요.”
지금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갈등이 있는 분에게 이 짧은 글이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며느리인 직함을 갖고 있는 분들, 나는 시어머니에게 처음부터 어떤 며느리가 되고자 했는지 한 번쯤 짚어 보면 어떨까요.
많은 시어머니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편안하게 살아라, 너희 가족에게 큰 기대 없으니, 너희 가족만 잘 살아주면 나는 좋다.’ 하지만 진짜로 시어머니들, 기대 정말 없나요?
뭐, 없는 분 없으면 좋고요, 좀 있는 분들은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참 좋은 사랑’은 ‘그 사랑의 기대치와 대가’를 날마다 조금씩 낮추고 비울 때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그런 것입니다.
여러분! ‘참 좋은 사랑’ 한 번 해 보지 않으실래요?
-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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