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부제서품식이 열린 정자동주교좌성당에는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수품자가 적어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사제 서품식에 더 열광한다. 하지만 수품자 입장에서 보면 부제품은 사제품에 비해 결코 그 무게가 작지 않다.
오히려 성직의 길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기에 부제품을 앞둔 이들의 기도와 고민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사제 서품의 그늘에 가려진 부제 서품식, 그 은총의 현장을 찾았다.
신앙전파 다짐
차분한 분위기였다. 사제 서품식의 화려하고 들뜬 분위기는 없었다. 장엄한 전례만이 부제서품의 중요성을 드러낼 뿐이었다. 복음 낭독 후 본격적인 부제 서품식이 시작됐다. 부제 수품 후보자들도 잔뜩 긴장한 표정. 부제 후보자들은 후보자 호명에 “예, 여기 있습니다”라며 앞으로 나섰다.
이어 수품자들은 사제들을 도와 드리고, 교우들의 선익을 위해 겸손과 사랑으로 부제직 임무를 수행할 것을 서약했다. 그리고 특별히 말씀의 봉사자로서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종신토록 독신을 지킬 것을 맹세하고 교구장과 그 후임자에 대한 순명을 서약했다.
이어 수품자들은 세상에 죽고 주님께 봉사하겠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제대 앞에 엎드려 주님 은총과 성인들의 전구를 청했다. 곧이어 주교의 안수와 장엄한 서품기도, 착의식, 복음서 수여 및 평화의 인사가 이어졌다.
11명의 새 부제 탄생
교구에 11명의 새 부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부제들은 앞으로 성령의 은사로 힘을 얻어 주교와 사제를 도와주고 말씀과 제대와 애덕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모든 이의 종임을 드러내는 삶을 살게 된다. 특히 제단의 봉사자로서 복음을 선포하고 미사성제를 준비하며, 신자들에게 성체와 성혈을 나눠 줄 것이다.
이 밖에도 주교의 위임에 따라 비신자와 신자들을 인도하고 교리를 가르치며 기도를 지도하고 세례를 집전하며 혼인을 주례하고 축복하고, 죽음에 임박한 이들에게 노자성체를 모셔가고 장례예식을 주관하게 된다.
얼마 되지 않던 신자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간 주교좌 성당에 서품식 예식 안내 팸플릿 한 장이 나뒹굴고 있었다. 팸플릿 마지막 면, 성소를 위한 기도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좋으신 목자 예수님
“좋으신 목자 예수님, 주님께서는 사도들을 부르시어,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셨나이다. 비오니 오늘도 믿음직한 젊은이들을 많이 부르시어 주님의 제자로 삼으시고, 주님의 일꾼으로 삼으소서.”
▨ 부제(副祭, deacon)
부제는 사제를 보좌하는 교회의 봉사직이다. 오늘날 부제직은 일반적으로 사제직의 준비 단계로 알려져 있으며, 가톨릭에서 성직자로 구분된다.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교에 입학한 신학생들은 통상 7년의 학업과 수련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보통은 대학원에서 3학기를 마치고 부제품을 받게 된다. 통상적으로 부제품 1년 뒤에는 사제품을 받고,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신자들을 돌보게 된다. (가톨릭에서 ‘성직자’는 성품성사를 받은 자를 가리키며, 성품(聖品)에는 주교품, 사제품, 부제품이 있다.)
학부 과정과 대학원 과정을 포함한 신학교 과정은 13~14학기로 운영되며, 각 교구별로 차이가 있다. 한국 천주교회에는 수원가톨릭대학교를 포함해, 서울·인천·대전·광주·대구·부산 등 모두 7개 신학대학에서 사제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수원교구 사제 수는 총 371명(200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2009년도 사제서품식은 오는 8월 21일 오후 2시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 가톨릭신문은 오랜 기간 부제 양성을 위해 애써주신 신학교 교수 신부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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