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향한 추모 열기는 식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추모음악회와 사진전 등 최근에는 김 추기경의 초상화를 그린 작가도 나왔다. 이 추모 열기에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단장 양선희, 지휘 백남용 신부)도 동참했다.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51회 정기연주회를 김 추기경 추모음악회로 마련했다.
합창단은 이날 공연에서 ‘엘레지(Elegy)-혜화동 할아버지(Memory of Cardinal Stephen Kim)’를 초연하기도 했다. 이 곡은 작곡가 양문희(마리아 도미니카 마자렐로·38·서울 명동성당)씨가 미국의 한인성당에서 만난 김 추기경과의 추억과 인연, 아쉬움, 그리움 등을 담아냈다.
“김 추기경님과 관련된 일 중에 제가 처음으로 실천한 것이 그분을 위한 곡을 만든 거예요. 제가 부지런했다면 추기경님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저의 게으름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김 추기경과 양씨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1998년 부활대축일을 앞두고 뉴욕 한인성당에서 봉사를 하고 있었던 양씨는 성당에서 우연히 벽에 기대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던 김 추기경을 만났다. 먼발치에서라도 추기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추기경은 말을 걸어왔다.
“이름과 세례명을 물어보셨어요. 제 세례명이 독특한데 듣고서는 몇 차례 되물으셨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성당을 떠나시기 전에 저에게 안수기도를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하셨죠.”
추기경과의 만남이 있은 1년 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성탄을 맞아 김 추기경에게 카드를 보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추기경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친필로 쓰신 카드를 보내셨더라고요. 거기에 오라고 비서실 번호까지 남기셨는데 제가 못갔어요.”
이후 이메일과 카드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한 번도 찾아가지 못했다. 얼마 전 병원에 계실 때에도 병원까지 찾아갔지만 10년이 지난 일이라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성당에서 추기경의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만 드리고 되돌아왔다.
“그렇게 일찍 돌아가시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예전부터 추기경님의 글을 보면서 음악화 하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저에게 와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현악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이 곡은 그라베(Grave), 아파션네트(Appassionat), 안단테소스텐토(Andantesostento) 등 세 개 부분으로 나뉜다. 그라베에서는 그레고리안 성가의 느낌과 더불어 웅장함을, 아파션네트에서는 추기경의 열정적인 모습을 담았다. 또한 안단테소스텐토에서는 악기들의 다양한 음색으로 ‘영원한 빛’인 추기경을 표현했다.
10년 전에 못 찾아갔던 미련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는 양씨는 “청중들이 편안하게 들으면서 추기경님을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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