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월 셋째 주는 농민과 농촌의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교회가 제정한 ‘농민주일’이다. 올해 14회를 맞는 농민주일에는 농민·농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토대로 우리 농업의 현재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본다.
▤농민·농촌에 관한 교회 가르침
농민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하느님의 창조질서와 생명을 지켜온 농민·농촌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위기에 처한 그들을 적극 지원하자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노동하는 인간」 21항에서 “모든 노동, 특히 농업 노동의 존엄성을 천명하고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한국 교회는 1994년 주교회의 회보를 통해 “농업을 살리는 지원방안의 하나로 가톨릭농민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우리 농산물 직매장 설치에 각 교구별로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결의했다. 교회가 농민·농촌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해 온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생명을 영위해 나가는데 농민·농촌이 그 근본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며 탄생한 초국적 자본과 대규모 기업농은 창조질서와 인간의 생명을 보존해야 할 농업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농업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다.
기계화, 대량생산이 특징인 대규모 기업농은 제초제와 화학비료 사용은 필수여서 환경 파괴를 수반했다. 또한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개발하고 유통시켜 창조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러한 초국적 자본과 대규모 기업농 문제와 관련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농민들의 대희년을 맞아 한 연설에서 “농업문제는 사회의 무질서가 다른 분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산업화는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그리고 유독성 쓰레기 배출로 공기나 수자원의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 교회 그리고 가족농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의 한국 농정은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으로 집약된다. 정부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농업분야 보완대책도 젊은 농업인 위주의 체질 개선 및 전업농의 규모화 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교회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농업형태는 가족농이다. 교황 요한 23세는 회칙 「어머니요 스승」에서 “자기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든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따라서든…구성원의 상호 관계와 경영구조가 정의의 규범과 그리스도교 교리에 부합하는 가족농장이나 농업경영을 바람직한 형태로 제안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우리 농업이 가진 특수성과 농업의 다원적인 기능 등을 고려해 볼 때 농업의 주체는 가족농이 될 수밖에 없다.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정재돈(비오) 이사장은 “한국은 7할이 영세소농인 상황이며 절반이상의 농민이 60세 이상의 고령”이라며 “농업현실을 외면한 채 시장논리로 농업에 접근한다면 결국 가족농(소농)은 해체될 것이고 한국은 식량안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가족농은 창조질서를 보존하는 생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권장해야 할 농업형태다. 가족농은 농업 고유의 환경생태계 보존효과와 홍수·가뭄조절 기능, 아름다운 경관 유지, 전통문화 및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농촌살리기 운동과 가족농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궁극적인 농업 형식은 자기 땅에서 나온 유기물을 그 땅에 되돌려 주는 유기순환적 생태농업, 즉 생명농업이다. 이러한 생명농업은 가족농만이 실현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하다. 규모화된 기업농은 농작물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을 수 없어 안전한 먹거리와는 거리가 있는게 현실이다.
한국 교회는 지난 1994년 주교회의 회보를 통해 농촌과 농민(가족농) 지원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5년 동안 한국 교회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도농 직거래운동, 소입식 지원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도농교류는 여전히 일부 본당에만 국한되고 있다. 더욱이 농촌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2006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신자들은 응답자의 56%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모른다고 답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전혀 알지 못하거나 별로 알지 못한다고 응답한 사제와 수도자도 각각 17.3%, 33.3%에 달했다. 농민과 농촌의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농민주일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부족해 보인다.
정재돈 이사장은 “가족농 지원은 창조질서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생명농업의 시작인만큼 교회 차원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도시와 농촌이 서로 나눔의 정신을 갖고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교구와 본당에서 도농직거래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정부에서도 직접직불제의 전면확대, 소농들의 협동조합 등의 지원을 통해 우리 민족의 근간인 가족농(소농)을 활성화시키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