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만들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조화’였어요. 성상과 교구청 건물이 잘 어울리는 지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습니다.”
최근 수원교구청 입구 오른편 화단에 ‘평화의 예수님상’이 봉헌됐다.
조각가 엄종환(요셉·50·수원교구 과천 별양동본당)씨가 탄생시킨 ‘평화의 예수님’은 일반적인 예수님상과 달리 한국 고유의 옷인 두루마기를 입고 두 팔을 크게 펼쳐 모든 이를 향해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다. 얼굴 생김새에도 은근히 한국적 정서가 배어 나온다.
“한옥 지붕인 교구청의 이미지에 맞게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님을 구상했어요. 성상이 놓일 곳이 교구민들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교구청이기 때문에 교구의 위상과 더불어 교구청의 이미지와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엄씨가 성상을 제작하게 된 것은 수원가톨릭미술가회 회장을 역임하던 당시 교구청 내 성상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에서부터 시작됐다. 성상 제작을 결심하자 뜻을 같이하는 이가 기꺼이 작품제작 비용을 대겠다고 나섰다. 그는 단지 좋은 성상을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렇게 시작한 10개월간의 제작 기간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높이 2m10cm에 두 팔을 벌린 예수님을 표현하기에는 가장 크다는 대리석으로도 부족했다.
“지방 여러 곳을 다 수소문했지만 원하는 크기의 대리석이 없어서 그 대안으로 화강석의 일종인 호소매돌을 보게 됐어요. 보통 화강석은 입자가 거친데 호소매돌은 입자가 곱고 일정한 것이 ‘이거 다’ 싶었죠.”
오히려 원래 쓰려고 했던 대리석은 외국돌인데 반해 교구청 건물의 한옥지붕을 담아낼 수 있는 우리 돌(호소매돌)로 제작하면서 더 큰 의미를 담아낼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 6일, 드디어 교구청에서 축복식이 거행됐다. 엄씨는 “제작하는 10개월 동안 마치 산모가 산고의 힘든 과정을 체험하듯 이번 작업에 그런 각오로 임했다”며 “다 완성되고 축복식을 하니 새 생명을 얻은 것처럼 기쁘다”고 축복식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은 성미술을 하는 작가로서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이다. 작품을 통해 그 기쁨을 항상 느끼며 살기에 엄씨는 앞으로도 성미술품 제작에 몰두할 계획이다.
“교회와 성미술은 역사적으로 필연적 관계입니다. 교회가 필요로 하는 성미술은 누군가에 의해 제작돼야 하고, 제가 주님의 일꾼으로 제작의 기회를 얻게 된다면 그것은 주님의 영광을 받는 것이라 생각 합니다.”
■ 엄종환(요셉)씨 프로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同 대학원 졸업, 신구대학 겸임교수 및 수원가톨릭미술가회 회장 역임
- 성물 제작 경력 -
동대문 평화성당-피에타상
반월성당-14처, 십자고상, 감실
안산 고잔성당-십자고상
과천 별양동성당-예수성심상, 성모자상
분당 성 마르코성당-성모상
캐나다(벤쿠버) 성 김대건성당-성 김대건상
수원 오자남 생활학습관-성 빈첸시오상, 오자남 흉상
마재성지-십자고상, 예수성심상
기산성당-유대철성인상
영통성령성당-성모상, 천사상
수원대리구청-성모상
정자동 주교좌성당-성모상, 14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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