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사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 하루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세 명이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고 있었답니다. 식당에 들어올 때부터 그들은 대화를 시작한 듯한데, 식사가 끝날 때까지 대화를 하더랍니다. ‘역시 프랑스 사람들은 대화를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두 사람은 뭔가 모르는 사실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다른 이야기를 하면 한 사람은 팔짱을 끼고 심각하게 듣고, 또 한 사람은 계속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답니다.
그래서 그 선생님은 식사를 끝나고 식당을 나가기 전, 호기심과 궁금증에 그들에게 다가가 “대화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데 한 가족이냐”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그들은 식당 근처 회사 직원들이며 한 사람은 극우파, 또 한 사람은 극좌파, 나머지 한 사람은 중도파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더랍니다. 대화 주제는 회사의 실업 급여에 대한 논의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깜짝 놀라, 어떻게 그렇게 성향이 다른 사람들끼리 쉽지 않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진지하게,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그분들이 선생님을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성향이 다른 것일 뿐, 나와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단정하거나 대화가 안 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이 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 틀린 생각을 억지로 바꾸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답니다. 오히려 나와 다르기에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보다 더 진지하게, 겸손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날 이후 그 선생님은 자신의 교육 철학에 많은 생각거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나와 다르면 너는 틀리고, 우리 집단과 우리 조직의 이념이 다르면 그 상대방은 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듣지도 않고, 대화하지도 않은 채, 자기만 정답을 가지고 있고, 그 정답이 아니면 무조건 틀렸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오랫동안 찍기 문화, 찍기 교육에 길들여진 흔적이 역력한 듯합니다.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가질 수 있고, 그리고 그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서, 그와 더불어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의 성향에 겸손하게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해 주는 그런 세상이 그리운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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