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도시 부산은 볼거리가 많다. 해운대와 광안리, 태종대와 2005년 APEC이 열렸던 동백섬 등.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이곳들은 찌는 듯한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많은 관광지에서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천주교 신자라면 부산교구 주교좌성당인 남천동성당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성당에 도착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되고 있는 시원한 앞마당이 방문객을 반긴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물의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다. 돛단배의 돛 모양과 천국의 열쇠를 연상시키는 종탑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푸른빛의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는 바다의 도시라고 불리는 부산의 이미지와도 잘 어우러진다.
가로 53m, 세로 42m, 총 2226㎡의 넓은 면적으로 이뤄져 있는 작품에는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큰 원 세 개를 중심으로 그 안에 여러 가지 작은 형상들이 그려져 있다. 영원성을 나타내는 원은 신의 완벽함은 물론 끝나지 않는 존재를 표현하고 있다.
작품은 창세기 천지창조에서 언급되고 있는 태초의 빛과 물의 창조를 형상한 것과 동시에 하늘의 영광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자연광이 통과될 때 성당 내부에 내려앉는 푸른빛은 전례공간의 영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고취시킬 뿐 아니라 성당 전체의 분위기를 보다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창 하단에는 각각의 유리창에 천지창조와 구세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개별적으로 형상화돼 있으며 이는 전체와 부분을 번갈아 보며 균형을 맞추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사실 이 작품은 성당 건축 당시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45도로 기울어진 거대한 커튼월을 통해 들어오는 강한 빛을 완화시키기 위해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이 결정된 것.
1993년에 계획돼 2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된 작품은 서양화가 조광호 신부(인천 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의 대표작이며 벽이자 지붕 역할을 하고 있는 커튼월을 모두 스테인드글라스로 처리한 건축적 스테인드글라스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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