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이제 부모님이 주신 육신의 눈이 아니라 당신이 주신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속으로 외친 후 두 손으로 대못을 꼭 잡았다. 젊은 시절 이미 한쪽 눈을 잃어버린 터여서 남은 한쪽 눈마저 못보게 된다는 것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됨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지막 기도를 바친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눈 깊숙이 못을 찔러넣었다. 김태욱(라자로·54)씨는 그렇게 해서 다른 세상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10년, 김씨는 하느님 앞에 스스로를 세웠다. 이제 그는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 제가 당신을 알게 됐으니, 좋으신 당신을 저 같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기 전 김씨에게는 한두 개도 아닌 일곱 개의 별이 따라다녔다. 소위 그 바닥에서는 꽤나 알려진 인물이었다. 영양실조에 걸려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할 정도로 곤궁했던 어린 시절이 아픔의 뿌리였다. 결국 소년원부터 들락거리기 시작하다 급기야는 인생 막장이라는 청송교도소까지 가게 됐다. 그곳에서 하느님을 알게 돼 죽음과도 같은 죄를 끊어버리고자 스스로 빛을 버린 것이다. 그리고 1996년 특사로 나오자마자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세례를 받았다. 비록 육신의 눈은 멀었지만 마음의 눈은 더욱 밝아졌다. 꽃동네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호스피스, 선종자 염습 등 자신의 몸으로 할 수 있는 봉사란 봉사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김씨는 최근 주님을 알고 난 후부터 구상해오던 꿈 하나를 실천에 옮겼다. 자신의 삶을 담은 자전적 소설을 펴낸 것이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자신에게 다가오신 놀라우신 하느님을 전하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다시 살린 라자로」 감옥문을 나선 후 꼬박 10년도 넘게 걸려서 쓴 셈이다.
“기도하면서 쓴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에는 저뿐만 아니라 아픔을 지닌 많은 이들의 꿈이 들어 있습니다.”
책이 팔려 조금이라도 수익이 생기면 해외의 시각장애인들에게도 흰지팡이를 보내고 싶다. 고향인 제주도에 시각장애인선교회를 만드는 꿈도 꾸고 있다. 장애인들로 선교단을 꾸려 전국의 교정시설을 돌며 주님을 전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주위의 도움으로 안마시술소를 열었다.
“주님, 예까지 왔습니다. 저는 당신만 믿습니다.”
스스로 빛을 버린 후 새로운 빛을 만나 온전히 자신을 봉헌하는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서 다시 살아난 라자로를 떠올리게 된 건 우연이 아닌 듯했다.
※연락처 010-8987-6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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