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버림받고 이웃과의 교류도 없는 김상배(75·가명서울 중구 신당 1동)씨. 김씨는 지난 6월 자살하기 위해 한강 다리에 올랐다. 친구도 없이 매일 먹고 자는 반복적인 무의미한 삶이 견디기 힘들어서였다.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던 순간 김씨는 최근에 알고 지낸 복지관 동료 얼굴이 떠올라 자살을 포기하고 복지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독거노인인 김씨는 지난 1월부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유락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연중 신부)의 ‘어르신 자조집단 사업(이하 자조집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자조집단 사업은 김씨와 같이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소외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독거노인들 간 상호보완적인 원조체계를 형성해주는 음악활동, 텃밭활동, 웰 다잉 프로그램 등의 재가 복지 서비스다.
서울 중구 지역 내 독거노인 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조집단 사업은 평소 가족도 친구도 없어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에게 자존감을 높여주며 친교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독거노인들은 프로그램 초기에는 가족과 이웃에게 받은 상처로 다소 소극적인 태도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마음을 열고 서로를 걱정해주는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
독거노인 신미수(69·가명·서울 중구 신당 4동)씨도 자조집단 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동료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졌다. 신씨는 지난 5월 응급상황이 발생했지만 주위에 아는 사람도 없어 혼자 끙끙 앓고 있었다. 다행히 신씨는 자조집단 사업에서 알게 된 동료가 119에 연락해 위급상황을 모면 할 수 있었다.
김씨와 신씨를 비롯한 독거노인들 15명은 요즘 매주 수요일마다 텃밭을 가꾸기 위해 경기도 광주시 하번천생태마을을 찾는다. 독거노인들이 직접 상추, 고추, 열무, 가지 등을 재배하고 있다. 김정은(68?가명)씨는 “매일 집에만 있어 답답했는데 동료들과 함께 텃밭도 가꾸니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매주 이곳에서 상추를 수확해 성취감 또한 느낀다. 자조집단 사업에 참여해 대화를 나눌 친구가 생긴 것이 가장 기쁘다”고 전했다.
자조집단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복지관이 따로 마련한 프로그램이 없어도 독거노인들 간 관계성이 깊어져 서로 가족처럼 챙겨주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안승찬 사회복지사는 “과거 가족과 이웃의 무관심으로 독거노인들이 죽은 지 몇 달 후에 발견되는 사건들이 있었다”며 “자조집단 사업을 통해 독거노인들 간 상호원조체계가 마련되면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의 정서적인 측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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