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찾아봐도 방법이 없는데 어떡합니까, 그저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지낼 뿐이지요…”
포기.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서 도종환(51·손자선 토마스·대구 매호본당)씨가 내린 결론이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던 도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2003년. 출근을 위해 옷을 입다가 오른쪽 무릎 아래에 느껴지는 갑작스런 통증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겨우 병원을 찾아 듣게 된 것이 ‘골괴사증’이라는 낯선 병명. 다리의 혈류가 차단되면서 뼈 조직이 서서히 죽어가는 병, 이대로 두면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도씨는 망연자실했다. 가진 것이라곤 막노동을 버텨낼 수 있는 건강한 신체 하나 뿐, 그마저 잃었으니 도씨 삶에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뼈 조직 괴사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무릎 위쪽 MRI 촬영이 필요했지만, 그 돈을 구할 방법조차 없는 형편. 결국 도씨는 정확한 진단도, 치료도 포기한 채 병원 문을 나서야 했다.
“왼쪽 다리에도 점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낍니다. 양쪽 다리, 무릎 위·아래 MRI를 찍어봐야 진행 정도와 치료 방법 등을 알 수 있다는데, 치료는 고사하고 진단할 돈조차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피부 알레르기가 심했던 도씨, 당장 먹고 사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피부 때문에 병원을 찾기엔 형편이 여의치 않아 그저 약을 구입해 복용했다. 십여년간 복용한 그 약에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이 들어있다는 것도, 스테로이드 과다 복용이 골괴사증의 원인이 된다는 것도 통증으로 찾은 병원에서 알게 되었다. 결국 도씨 삶을 지겹게 괴롭히던 ‘가난’이 병까지 준 것이다.
걷는 것도 힘든 몸 때문에 일을 그만둔 지도 벌써 6년. 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30여 만원과 본당 사회복지회에서 지급하는 5만원이 도씨 생활비의 전부다. 월세·세금 등을 내고 남는 10여 만원으로 한 달을 버티는 생활에서 병의 치료를 꿈꾸는 것은 ‘사치’가 됐다. 통증을 호소하는 몸을 이끌고 매일 찾는 성당, 도씨는 미사 중에야 비로소 고통을 잊을 수 있다고 했다.
“얼마나 병이 진행됐는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무너지는 게 느껴지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그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게 해 주세요, 지금같은 상태라도 걸을 수만 있게 해 주세요’하고 기도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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