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에 이어 현재 수원교구에 해당하는 지역 또한 여러 순교자들을 배출했다. 하느님의 종 19명이 이 지역에서 태어났으며 양근, 여주, 죽산, 남한산성 등에서 11명이 하느님을 증거하며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이 지역 순교자들은 박해 당시 포도청으로 압송됐다가 ‘고향으로 보내 처형함으로써 그곳 백성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라’는 명령에 따라 고향에서 참수된 사례가 많다.
▧경기도 여주의 순교자들
경기도 여주에서는 ▲이중배(마르티노)를 비롯한 5명이 순교했다. 여주에서 태어난 이중배는 양반 출신으로 본래 용기와 힘이 남보다 뛰어나고 호쾌한 기개가 있었다.
그에게는 난폭하고 성을 잘 내는 기질 또한 있었지만 이 성격은 천주교 입교 이후 완전히 변하기 시작한다.
그는 사촌인 ▲원경도(요한)와 함께 평소 가깝게 지내던 김건순(요사팟)으로부터 천주교 교리를 듣고는 그의 아내에게도 교리를 전달했다. 이후로는 교회 지시에 따라 제사를 지내지 않았으며 누가 알게 되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신앙을 고백하기도 했다.
1800년 부활대축일 그는 사촌 원경도와 함께 동료의 집으로 가서 부활 삼종기도를 바치고 성가를 부르며 하루를 보내게 됐다.
하지만 밀고로 인해 체포됐고 6개월의 옥중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사촌 요한의 늙은 여종이 옥으로 찾아와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쓸 때에도 엄히 꾸짖어 보냈고 자신의 아버지도 설득했다.
“아버님, 저는 효의 근본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도 저와 같은 신자이시니 부자의 정을 넘어 더 높은 곳에서 이 사실을 바라본다면, 인정에 끌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배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는 약간의 의술을 익히고 있어 옥중에서 아픈 이들에게 의술을 베풀었는데 기적과 같은 효험을 나타내 병을 고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옥문은 장터 같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이중배는 원경도의 마음이 흔들릴 때도 설득해 다잡게 했으며 1801년, 여주에서 동료들과 함께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마찬가지로 여주에서 순교한 ▲최창주(마르첼리노)는 원경도의 장인으로 1791년 신해박해 때 체포돼 광주로 압송됐다가 배교하고 석방됐었다.
1840년 전주에서 순교한 최조이(바르바라)는 그의 딸이다. 1800년 부활대축일, 박해가 일어나 사위 원경도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잠시 피신했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와 체포돼 여주 감옥에 갇혔다. 관장은 그에게 형벌을 가하며 천주교 신자를 밀고하도록 강요했으나 그는 ‘한 사람도 고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원경도와 이중배 등과 함께 갇혀 6개월의 옥중생활을 한 그는 1801년 4월 동료들과 함께 참수형을 받고 순교한다. 경기 감사가 조정에 보고한 마르첼리노의 최후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창주는 (천주라는 큰 부모가 있다 하여) 제 아버지를 진정한 아버지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아버지의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말할 정도로 아주 흉악합니다. 또 모진 형벌을 당하면서도 교회 서적이 있는 곳을 대지 않았고, 끝내 마음을 고칠 수 없다고 하였으니 이는 인륜과 도덕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주 달가운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 남매 정순매, 정광수 순교자
▲정순매(바르바라)와 ▲정광수(바르나바)도 여주에서 죽음을 맞은 순교자들이다. 둘은 남매 사이로 오빠인 정광수는 주문모 신부를 도와 교회 일에 참여했다. 정순매의 올케는 유명한 교우 집안 출신인 윤운혜(루치아)다.
정순매는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바치기 위해 동정을 지키기로 결심한 뒤, 주변 사람들에게 과부로 행세하기도 했다. 그는 오빠 부부를 도와 교회 서적과 성물을 신자들에게 보급하는 일을 맡았으며 윤점혜(아가타)가 회장으로 있던 동정녀 공동체의 일원으로도 활동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체포돼 포도청으로 압송된 정순매는 ‘고향으로 보내 처형함으로써 그곳 백성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라’는 명령에 따라 여주로 이송돼 24세라는 꽃다운 나이로 참수됐다. 오빠인 정광수 역시 이듬해인 1802년 여주에서 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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