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지렁이다!” “잡아! 어서~”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사강리에 자리한 인애농원에서는 한여름 뙤약볕에서 얼굴이 그을리는 것에는 관심도 없는 개구쟁이들의 웃음소리가 해질녘까지 끊이지 않았다.
“야~지렁이다!”, “배 먹어봐도 되요?”, “얘들아~나 흰나비 잡았어”, “수녀님, 아기 배 많이 주웠어요. 저 가져가도 돼요?”
더위쯤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배 밭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7월 23일. 율전동본당 복사단이 여름방학을 맞아 인애농원을 찾았다.
아이들은 농원에 상주하는 데레사 수녀에게 인애농원에 대한 소개도 듣고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임무도 받았다.
“농원에서는 제초제를 쓰지 않아서 뽑아야 할 풀들이 많아요. 농장주변에 있는 풀과 배 밭에 떨어진 아기 배와 종이봉지 그리고 철끈을 여러 분이 주워 주시면 됩니다.”
아이들은 풀을 뽑으면서 서툰 호미질에 익숙한 척 너스레를 떨며 옆에 있는 친구에게 자랑하기도 하고 풀 뽑다 만난 지렁이를 보고 서로 잡겠다고 난리법석을 부린다.
“풀 뽑기 해 본 적 있니? 해보니까 어때?”라는 물음에 “할머니 산소에 가서 해 봤어요”, “허리도 아프고 힘들어요. 근데 풀 뽑고 나니깐 깨끗하네요!”라며 스스로 흐뭇해한다.
“몇 해 전부터 전자파로 인해 벌이 사라져 본래 벌이 해야 하는 배꽃 수정을 사람 손으로 일일이 해줘야 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봉지에 싸인 작은 복숭아크기만큼 자란 아기 배를 살펴본다. 봉지에 싸여 떨어진 아기 배를 주워 종이봉지와 철 노끈을 예쁘게 정리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수녀님께 드리고 집에 가져갈 아기 배들을 주섬주섬 챙긴다.
온통 푸르름 가득한 배 밭에서 풀 내음도 맘껏 맡고, 풀 위에 곱게 내려앉은 흰나비를 잡아 친구들과 함께 살펴보기도 하고, 잔잔한 벌레우는 소리를 들으며 많은 것을 얻어가는 그런 하루. 땅과 자연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배 밭 안에서 함께 봉사하는 가운데 서로의 사랑을 키우며 스스로 이해하고 체득할 수 있었던 그런 하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배운 날이었다.
“다음에 또 만날까요?”라는 데레사 수녀의 물음에 아이들은 같은 마음 같은 목소리다.
“네! 포도랑 배가 다 익었을 때 와서 보고 싶어요. 가족들과도 함께 오고 싶어요.”
인애농원(www.inaefarm.com)은 1978년부터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운영하는 곳으로 현재 4명의 수도자가 상주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총 면적은 99만㎡(30만평)에 달하며 주 작물은 포도와 배, 쌀이다. 포도와 배는 생과일 또는 과즙으로 가공해 천주교 신자와 일반인들에게도 판매한다. 노동력에 한계가 있어 천주교 신자, 대기업 직원 등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자원봉사 학생들에게는 봉사 점수도 부여한다.
※문의 031-357-0760 인애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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