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본문 : 이사 14,12-15】
“어쩌다 하늘에서 떨어졌느냐?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인 네가! … 너는 네 마음속으로 생각했었지. ‘나는 하늘로 오르리라. 하느님의 별들 위로 나의 왕좌를 세우고 북녘 끝 신들의 모임이 있는 산 위에 좌정하리라. 나는 구름 꼭대기로 올라가서 지극히 높으신 분과 같아져야지.’ 그런데 너는 저승으로, 구렁의 맨 밑바닥으로 떨어졌구나.”
아침의 아들, 빛을 나르던 자였던 천사 루치펠이 어찌하여 악마의 우두머리가 되어버렸을까? 교부들은 루치펠이 하느님과 같아지려고 하는 교만 때문에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말합니다(히에로니무스, 아우구스티누스, 암브로시우스, 요한 카시아누스, 카시오도루스). ‘루치펠’(Lucifer)이라는 단어는 ‘빛’(Luce, Lux)이라는 단어와 ‘운반하다’(fer)라는 단어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루치펠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빛을 나르는 자’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빛, 하늘의 빛을 운반하여 인간과 세상에 가져다주던 루치펠이 도대체 어찌하여 그 빛을 잃고 사탄이 되어버렸을까요? 히에로니무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아침에 일어난 루치펠아, 어찌하다 네가 하늘에서 떨어졌느냐? … 루치펠은 … 빛나는 별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오만하게 말하며 민족들에게 상처를 입혔던 그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는 ‘내가 이토록 강한 힘을 얻었으니 하늘은 잠잠히 있고 별들은 넘어져 내 발 밑에 깔려야 하리라’ 하고 말했습니다. … 루치펠의 교만은 하늘로 만족할 줄 모르고, 미친 듯이 폭발하여 자신이 하느님과 같다고 주장하려 하였습니다.”(히에로니무스『이사야서 주해』5,14,12-14.)
“왜 악마(루치펠)가 떨어졌습니까? 그자가 도둑질을 했기 때문입니까? 그자가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입니까? 그자가 간통을 범했기 때문입니까? … 악마는 이런 것 때문에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자는 자기 혀 때문에 떨어졌습니다. … 그자는 ‘나는 하늘로 오르리라. 별들 위로 나의 왕좌를 세우고 지극히 높으신 분과 같아져야지!’ 하고 말했습니다. … 악마 같은 죄는 바로 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 솔로몬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혀의 힘에 죽음과 삶이 달려 있다’(잠언 18,21).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악이 ‘혀의 힘’에 달려 있는지 알겠습니까? 혀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 말을 하는 것입니까? ‘혀의 힘에’”(히에로니무스『시편 강해집』41(시편 119)).
한결같이 교부들은(히에로니무스, 암브로시우스, 요한 카시아누스) 루치펠이 천사의 지위에서 떨어져 나가 악마가 된 것은, 그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혀를 잘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만일 우리도 혀를 잘 다스리지 못한다면, 공동체를 파괴시키는 또 다른 루치펠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항상 겸손의 덕을 기르면서 자신의 혀를 잘 다스려야 하겠습니다. 악마 같은 죄는 바로 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리스도교 영성의 기본은 겸손이라는 사실을 가장 깊이 있게 통찰한 히포의 주교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합니다. “돌보는 직무는 저에게 해당되는 것이며, 양 떼의 겸손은 여러분에게 해당되는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설교』(Sermo),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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