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알고 지내는 친구 같은 동생이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는 아닙니다. 20대 후반의 그 녀석은 성실하고, 의식도 건강하고, 환경 영화감독을 꿈꾸는, 정말 세상을 바르게 살고자 하는 녀석입니다. 그런데 좀 까칠한 편입니다.
오랜만에 음식점에 같이 갈 때면, “야, 오늘 우리 한 번 제대로 먹어 보자!” 하지만 그 녀석은 그럴 때마다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먹을 양 만큼만 시키고, 자신이 시킨 것만 정성껏, 깨끗이 다 먹습니다.
“이 쫀쫀한 녀석아! 우리도 남들처럼 뭐 제대로 맛난 것 한 번 배불리 실컷 먹자!”고 하면, 오히려 잔소리를 합니다. 환경운동이 별거 없다며, 평소에 사람들이 자기가 먹을 양 만큼만 먹고, 자기가 쓰는 양 만큼만 정성껏 쓸 줄 알면 그것으로 자기 환경은 지키는 것이라고! “아이고, 잘났다!” 겉으로는 고집불통이라고 핀잔주지만, 맞는 말입니다.
며칠 전에도 전화 통화를 잠깐 하다가, “신자분들과 좋은 시간을 가졌는데, 그분들이 수도원 앞까지 데려다 주더라!” 했더니, 태연하게, “그 분들께 민폐를 끼치셨네요!” 한다. 말은 맞는 말인데, 속이 좀 뒤틀립니다.
최근에도 잠깐 전화 통화할 일이 있다가, “음, 내가 오늘 좋은 일을 좀 했어!” 했더니, 이내 곧 “뭐 그런 걸 자랑하고 싶어 하세요? 당연한 일을 하시고서는!” 한다. 들을 때는 기분이 나쁜데, 전화를 끊고 나면 ‘인정한다, 인정해!’
그런데 그 녀석으로 인해서 가끔 내 자신의 내면을 보며 타성에 젖은 행동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녀석이 때로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신앙인인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중심 잡아주는 비신앙인인 그 녀석이 내 의식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물 말입니다.
즐길 것 즐길 줄도 알고, 놀 때 놀 줄도 알며, 사랑할 때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하겠지만, 때로는 자기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이며, 어떤 행동이나 모습이 건강한 영혼을 가진 사람의 모습인지 객관적인 중심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꽤 괜찮은 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으로부터 듣는 쓴 소리 잘 삼키며 살아간다면, 하루하루가 진정 자기 성장의 무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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