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조금만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비정규직 제도가 매우 불공평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 해고나 감원이 될 지 전혀 알 수 없고, 보험이나 연금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으며, 정규직 직원들보다 평균 34%(2007년 노동부 조사 결과)의 임금을 덜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사목위원회는 이러한 ‘비정규직제도’에 반대하는 교회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정규직제도’가 인간을 존엄한 가치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극대화를 위한 생산 도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증진키 위해 도입된 비정규직 제도에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기본적인 요소가 결핍돼 있으며 공동선에 대한 고민도 없다는 입장이다.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 중인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고자 만든 ‘보호법’이 오히려 값싼 노동력의 합법적 이용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노동사목위원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많은 노동권을 가지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법안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2년이라는 기간이 되기 전에 해고당하는 사태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보호법의 인식 자체가 인간의 기본권을 전제로 하지 않았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문제를 자아내고 있다는 논리다. 또, 이에 대한 제도적 준비 없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고 있을뿐더러, 정치적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경쟁과 노동시장의 유연성·규제 폐지·성장을 강조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를 부추기고 빈부격차를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외국 자본가들을 몰아내는 경향이 있는 노조의 호전성, 노사 간의 부정직성과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부 ‘노동 귀족’들의 행각이나 일부 대기업 노조의 정치적 동기를 띤 노동쟁의는 노동계에 불명예를 안겨줄 뿐, 진정한 노동 가치 수립에는 기여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사목위원회는 인간이 노동의 주인이 아니라 수단이 되고 있는 노동 현실 해결의 실마리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최근 회칙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 2009년 6월 29일)에서 찾고 있다. 회칙은 ‘사회 환경 안에서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을 드러내고, 자유로운 선택과 조직, 연대가 가능하며,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는 노동,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여유를 찾을 수 있으며, 은퇴 후 품위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노동’을 ‘적절한 노동’으로 제시하고 있다.
노동사목위원회는 이 같은 교회의 입장을 노동의 원리원칙으로 소개하며, 교회만큼은 노동 가치의 숭고함을 인식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실현해 균형감각을 상실한 이 사회에 모범이 돼야함을 강조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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