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모델을 찾기란 쉽지 않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어른들 입장이다. 그런데 스스로 공부하고 기도하며 선교하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례가 있다. 물론 올해 처음 시작했다는 점에서 섣부른 결론은 이르지만 현재 점점 활성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은 밝은 전망을 갖게 한다.
평택대리구 송탄본당(주임 최재필 신부) 초등부 주일학교가 그 예다. 본당 주임 최재필 신부는 올 해부터 초등부 주일학교를 재편해 운영하고 있다. 주일학교 교감 박온순(소피아)씨에 따르면 “유치부부터 3학년까지는 학년별 교리반을 운영하고 4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특별 활동반으로 재편성”했다고 한다.
각 학년을 섞어서 전례반, 선교반, 율동반, 성가반, 성극반 등 5개 반으로 운영하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저학년의 경우 학습에 중점을 두고, 고학년은 배운 교리를 실천하고 체험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별 활동반의 주된 역할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하도록 하고 교사들은 단지 보조 역할, 곧 저학년 때 배웠던 교리를 활동에 접목시켜주는 역할만 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이론을 통한 실천을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별 활동반 중에서도 눈에 띄는 반이 선교반이다. 선교반 어린이들은 주일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를 방문해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며 성당에서 꼭 만나자고 격려를 한다. 친구들의 방문을 받은 어린이는 어색하고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머지않아 성당에서 얼굴을 볼 수 있다.
쉬는 친구 방문은 물론 동네 청소도 정기적으로 한다. 청소하다 골목에서 학교 친구라도 보면 당연히 성당에 나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있다면 매 달 열리는 본당 장날을 통해 떡볶이와 순대 등을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남몰래 돕는다. 대상을 찾아 방문하고 활동하는 모든 것은 어린이들 스스로 한다. 교사들은 활동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교리적 기반을 제공한다.
“처음 시작할 때 어린이들이 우왕좌왕 했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부터 적극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교사들보다 먼저 나와 준비하고 계획합니다”라고 선교반 담당교사 김경민(프란치스코)씨는 말한다. 언니 오빠가 동생을 챙겨주고 친구끼리 서로 다독이며 함께 풀어가는 실천을 통해 신앙인으로서의 공동체 생활을 체험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치부부터 청년기까지 모양만 다른 똑같은 주입식 교리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이론을 실천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함은 평생의 신앙생활에 대한 살아 있는 교육이다. 본당은 초등부 주일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별 활동반을 내년부터 중고등부에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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