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국제청소년지원단(단장 이명천 교수, 담당 홍부희 신부)이 지난 7월 25일~8월 8일 필리핀 북부의 산호세(San Jose) 지역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 필리핀 산호세교구의 돈보스코 트레이닝센터 식당을 지어주기 위해 마련된 이번 봉사활동에서 청소년들은 노동을 통해 땀을 흘리며 나눔의 참 의미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격, 취미 등 참가자들의 모습은 다양했지만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는 모습, 소외된 이웃과의 소중한 만남을 가슴에 되새기는 모습은 작지만 큰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제16차 국제청소년지원단의 생생한 봉사활동 현장을 소개한다.
8월 2일 주일 오전.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4시간 동안 차량으로 이동해 도착한 필리핀 북부의 산호세 지역에 가난하고 소외된 학생을 대상으로 용접, 농기계 등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돈보스코 트레이닝센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7월 25일 산호세 돈보스코 트레이닝센터에 도착한 단원들은 지난 1주일 동안 학생들이 사용할 식당을 짓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왔다.
국제청소년지원단이 머물고 있는 센터에 도착하자 단원들은 일요일의 한가함도 잊은 채 밀린 빨래를 하느라 곳곳에서 분주했다. 섭씨 30도가 넘는 습한 날씨 탓에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렸지만 또 새로운 한 주를 보내기 위해서는 밀린 빨래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지난 한 주일은 단원 39명에게 힘든 나날이었다. 편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음식도 기후도 문화도 온통 맞지 않는 것만 있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고 샤워도 앞사람이 다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작업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삽질은 커녕 빨래조차 처음인 단원들도 많았다. 더욱이 전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성격의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하나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원들은 1주일 동안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법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8월 3일 오전 6시.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평소 잠을 깨워주시는 어머니도, 손에서 한시도 놓지 않았던 휴대폰도 있을 리 없다. 단체생활이라 늑장을 부릴 수도 없었다. 한 명으로 인해 공동체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7시가 되자 지친 몸을 이끌고 39명의 단원들이 모두 모였다. 집이었다면 아침식사보다는 잠을 더 청했겠지만 아침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사실을 지난 일주일동안 체험했던 터였다.
식사가 시작되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혹시 비로 작업을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단원들에게 스쳐 지나갔다. 그만큼 한 주 동안의 작업은 고된 하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맑게 개고 만다. 작업을 할 때면 날이 개는 오묘한 섭리(?)에 단원들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찢어진 바지와 신발, 곳곳이 페인트로 물든 옷. 지난 1주일 동안의 힘든 작업을 대변해주는 복장은 그야말로 공사판의 인부가 따로 없었다. 주말에 빨래를 했지만 습한 날씨와 잦은 비로 마르지 않은 옷을 작업복으로 입은 단원도 눈에 띄었다.
악조건이지만 이곳 학생들에게 작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할 일은 해야 했다. 한국에서야 평범한 고등학생, 대학생들이었지만 이곳에서는 한 명 한 명이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화이팅. 아자 아자 아자!” 작업장에 모여 간단한 맨손체조를 하고 단원들의 열기를 한 데 모아 힘찬 함성을 외친다. 오늘 작업은 그동안 파놓았던 식당터에 흙과 자갈을 부어 메우고 지반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
간만에 삽을 잡자 잠시 물러났던 어깨 통증이 다시 재발한 것만 같다. ‘그냥 아프다고 하고 쉬어버릴까.’ 찌는 듯한 더위에 흐르는 땀, 다시 찾아온 유혹을 쉽게 물리치지 못한다. 정작 작업을 시작하니 몸이 생각대로 따르지 않는다. 마음은 이미 식당을 완성해 이곳 학생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선물했지만 야심차게 내지른 삽질은 허공을 가르고 만다.
“예혁아, 너무 힘을 주면 오히려 다칠 수 있어. 다시 해봐. 부드럽게 천천히.”
급기야 예비역 형들이 나서고 말았다. 맘 같아서는 예비역끼리 모여 후딱 해치워 버리고 싶은 맘이 간절하지만 사소한 것도 함께 해왔기에 동생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돌봐주고 기다려준다. 단원들은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하나씩 하나씩 터득해가고 있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모인 터라 함께하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저마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했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요령 피우던 동생들도 맘을 고쳐먹고 예비역 형들과 대학생 언니들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자 마대자루에 흙과 자갈을 뜨는 팀, 자루를 나르는 팀, 평탄화 작업을 하는 팀으로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오후 4시. 하루 종일 이어진 지반 메우기와 평탄화 작업을 무사히 마쳤다. 땀이 온몸을 적시고 여기저기 작은 상처도 났지만 주어진 일을 함께 했기에 단원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함께였기에, 몸은 지저분하지만 나눔을 실천하는 값진 일을 했기에 그 땀은 더욱 값졌다. 현수현(보노사·17·서울 신내동본당)양은 “오늘도 식당이 없어 학교 이곳저곳에서 밥을 먹는 필리핀 학생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며 “우리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편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이곳에는 돈이 없어 학교도 못다니는 아이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드디어 고대하던 자유시간. 고등학생들은 교실에서 오후 수업을 들어야 하고 대학생들 또한 취업준비로 정신없이 보낼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그동안의 짐을 모두 벗어 버리고 자연 속에서의 자유로움을 한껏 만끽했다. 단원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며 웃고 떠들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운동도 실컷 하며 친교의 시간을 이어갔다. 한 고등학생은 “1주일이 지났지만 공부하지 않고 이렇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며 “처음 며칠간은 괜히 불안해서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삶은 현실에 치우쳐 여유 없는 각박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저녁 8시, 하루 동안 겪었던 체험과 느낌을 진솔하게 나누는 반성의 시간. 소회는 제 각각이었지만 단원 모두가 느끼는 한 가지는 분명했다.
“서로 힘들지만 남을 먼저 배려해주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알게 됐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공포의 콘크리트 작업이 시작된다. 남자 단원들은 지난 주 콘크리트 작업의 쓴 맛을 본적이 있어 부담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어서 재워야겠습니다. 콘크리트 작업이야말로 이번 작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죠.” 단원들과 동고동락하는 살레시오회 위원석 부제가 다음 날부터 시작될 힘겨운 작업의 서막을 알렸다.
■ 국제청소년지원단
국제청소년지원단(Korea Supporters For International Youth)은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전 세계 청소년들을 돕고자 중앙대 이명천(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와 살레시오회(한국관구장 남상헌 신부) 박경석 수사(돈보스코 영상특성화학교)가 중심이 돼 결성한 봉사단체다. 2003년 몽골 어린이들을 위한 집짓기 사업을 시작으로 첫발을 내딛은 국제청소년지원단은 아시아를 비롯해 중남미와 몽골 등 빈곤지역 청소년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문화 교류 등을 통해 현지 청소년들에게 자립 환경을 만들어 주는 한편, 한국 청소년들에게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는 나눔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성장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후원 758401-04-006021 국민은행 (예금주 (재)한국천주교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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