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엔 사제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다양한 조항들이 나오는데, 흥미로운 점은 권리는 적고 의무는 많다는 점이다. 대충 추려 봐도 권리와 의무가 1:8 정도의 비율이다.

사제의 권리는 사제 직분을 성취하는데 필요한 합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281조 2항), 휴가 권리(283조 2항, 533조 2항) 등 5가지 안팎이다. 하지만 의무는 무려 40여 가지에 이른다.

사제는 우선 교황과 성직자 각자의 직권자에게 존경과 순명을 보일 특별한 의무를 지닌다(273조). 또 독신생활을 해야 하며(277조 1항), 평소의 교제가 독신을 위협하거나 추문을 위협할 수 있을 때 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277조 2항). 또 주교회의의 규범들과 지역관습에 따라 적절한 교회 복장을 입어야 하며(284조), 생활신분에 합당하지 않은 일체의 것을 멀리해야 한다(285조 1항).

교회법은 또 본인이나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 영업이나 상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286조), 교회의 권리와 공동선의 보호를 위해 요구된다고 보아 허가되지 않는 한, 정당이나 노동조합 관리에서 능동적 역할을 맡을 수 없다(287조 2항).

무엇보다도 사제는 하느님 복음을 선포할 의무를 지니며(757조), 설교를 가장 우선적으로 여겨야 한다(762조). 특히 사제들은 말씀의 교역을 통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무시키고 가르치는 일에 열성을 보여야 하며(836조), 이를 위해 사제단 안에서 일치되어야 한다(275조 1항).

또한 사제는 영적인 완성을 추구해야 하며(276조 1항), 매일 일과 전례기도를 수행해야 하고(276조 2항 3), 정기적으로 영성 피정을 해야 한다(276조 2항 4).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장려된다. 사제들은 단순한 생활을 함양해야 하고 허영스런 기미를 보이는 일체의 것을 피해야 한다(282조 1항). 또한 사제들이 자신들의 필요를 위해 제공되고 난 뒤에 남을 수 있는 일체의 잔여 금전들을 교회의 활동과 애덕을 목적으로 하여 쓰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282조 2항).

한국 교회 사제들을 위한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도 다양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사제는 영성생활에 충실하고(10조), 직무 수행을 위해 상주의무를 지키며(11조), 연례 피정을 할 것(12조)을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교구장의 허가 없이는 공직을 맡을 수 없고 정치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하며, 상행위와 다른 이의 재산 관리인 및 재산 보증을 하지 말아야 한다(14조). 검소한 생활을 하고 언어와 품행이 단정해야 하며(16조), 취미나 운동, 오락의 경우 불건전한 것은 삼가야 한다(17조). 독신생활을 하는데 다른 사람의 오해를 받지 않도록 처신하며(19조), 사제관 근무자는 가능하면 파출부를 채용하고 사제관에 여성이 거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20조).

해야 할 일은 많고, 지켜야할 의무도 많다. 그만큼 사제는 재물을 하늘에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