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재)대건청소년회 해외자원봉사단이 8월 5~13일 라오스 방비엔(Vangvien)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학교를 선정해 학교시설 보수, 페인트칠 등 교육환경 개선 작업에 참여한 것. 참가 단원 15명은 일주일간 현지 친구들과 함께 보고 듣고 느끼고 생활하면서 한 뼘 더 자란 자신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봉사 함께할 버디(친구)와의 만남
수도 비엔티안에서 버스로 3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방비엔. 마치 우리나라 시골마을 같은 분위기다. 일주일간 숙소가 되어줄 게스트하우스에 짐만 잠시 내려놓고 서둘러 버디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비엔중학교로 향했다.
숙소에서 방비엔중학교까지는 걸어서 5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 그 사이 ‘처음 만나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미리 라오스 기본회화라도 좀 더 외워둘걸….’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간다.
라오스 친구들이 있는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싸바이디!” 우리나라 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라오스 인사다. 따뜻한 환대에 미소가 번진다. 봉사활동을 무사히 마치길 바라는 방비엔중학교 교장 선생님과 대건청소년회 해외자원봉사단 한성기 신부의 당부가 이어졌다.
드디어 버디 발표시간. 한 명 한 명 불릴 때마다 교실 안이 시끌벅적해졌다. 악수를 건네고 나란히 앉았다. 먼저 서로의 이름을 각 나라 글자로 명찰에 적어본다. 발음하기 어렵고 읽을 수 없어도 눈빛만으로 이미 친구가 됐다.
라오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들이 나서서 통역을 도와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짓, 발짓까지 총동원됐다.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못해 칠판으로 나와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다가 연방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비가 그치자 교실 밖으로 나와 첫 만남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기 앞에서 서로 포즈도 맞춰본다. 재밌는 포즈도 금세 척척이다. 앞으로의 호흡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함께하는 봉사활동
설레던 첫 만남의 시간을 보내고 바로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1톤 트럭을 개조해 만든 트럭택시로 30분 거리인 폰암초등학교.
원래 이곳 학교시설은 전통방식대로 대나무를 엮어 만든 벽에 창문은 그냥 뚫려있는 것이 전부였다. 전면보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봉사단은 현지에 도착해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기 전 미리 건축 기금을 지원해, 시멘트 벽 위에 전통방식으로 나무 격자 벽을 세우는 형식의 기본적인 학교 시설을 미리 세워 뒀다. 창도 새로 달았다. 이젠 비바람이 와도 끄떡없을 정도다. 라오스 친구들이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처음 주어진 임무는 격자 나무 벽 사포질하기. 나뭇결을 잘 정리해 페인트가 잘 먹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다. 공사의 세세한 마무리가 부족해 나무를 격자로 이어놓은 곳에 못의 뾰족한 부분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3개조로 나눠진 봉사단은 4개 교실씩 맡아 버디와 함께 구역을 정해 작업에 착수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어린 동생들을 위한 일이라는 마음은 같았다. 손짓으로 여기저기 가리키며 분명 우리말로 이야기하는데 기적처럼 알아듣는다. 이런 것을 두고 이신전심이라고 하나 보다.
첫째 날 오후에 이어진 작업은 사포질한 나무 벽에 니스 칠하기. 미리 니스를 칠해두어야 병충해도 막고 페인트도 잘 먹는단다. ‘쓱싹쓱싹’, 전문적인 손길은 아니어도 붓 소리가 경쾌하다. 처음에는 어느 하나 익숙한 것이 없어 손놀림이 어색했지만 금세 적응했다. 이제 전문가 못지 않다.
일을 더디게 하는 방해세력도 만만치 않다. 바로 변덕쟁이 날씨 때문. 쨍쨍한 햇빛에 한없이 덥다가도 우기에 걸맞게 어느새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냥 가랑비려니 했는데 굵은 빗방울이 억수같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비가 온다고 작업을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위가 가신다고 기뻐하며 일을 지속했을 정도.
작업을 한참 하다 보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똘망똘망한 눈망울들이 가득하다. 어디서 왔는지 마을 아이들이 점점 몰려와 작업장을 놀이터 삼아 뛰어다녔다. 몇몇 아이들은 자기 동네일이라고 직접 나서서 작업을 도와주기도 했다.
페인트 작업이 시작되자 아이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졌다. 격자벽에는 검은색 니스 위에 빨간색을 덧발라 적갈색을 만들었고 아래 시멘트벽에는 흰색 페인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너도나도 붓을 들고 꼼꼼하게 색칠에 들어갔다. 손이 닿지 않는 위쪽은 책상을 밟고 올라가 끝까지 해냈다. 책상 높이로도 해결할 수 없는 곳은 특별팀이 구성됐다. 심재승(바오로·17·수원 동수원본당)군과 버디 운후안(16)군, 두 사람이 이룬 환상의 콤비 플레이다. 한 사람은 페인트 통을 받쳐주고 한 사람은 사다리에 올라가 꼼꼼한 붓질을 보여줬다.
운후안군은 “별로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함께하면서 우정과 친교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던 벽에 색깔이 덧입혀지고 삭막했던 학교가 새 옷을 차려입고 단장을 했다. 하느님께서 이 모습을 보시고 ‘보시기에 참 좋았다’ 하시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부에 놓인 낡은 책걸상들이 빨간 얼룩을 덮어쓴 채 또 무언가 처치를 해주길 기다린다.
페인트칠을 하느라 더러워진 책상에 새 색깔을 입혀주는 것으로 이번 봉사활동의 모든 작업이 마무리됐다. 햇빛에 말려두었던 책상을 다시 들여다 놓는 아이들의 표정에 생기가 넘쳤다.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뿌듯함에 피곤도 잊었다.
일을 다 마치고 폰암초등학교 팻사완 교장 선생님과의 만남의 시간. 팻사완 교장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열심히 해준 여러분 모두 수고했습니다. 이렇게 와서 도와준 것에 너무 감사하고 기쁩니다. 다음에 또 방문해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대건청소년회’는?
재단법인 대건청소년회(법인국장 한성기 신부)는 수원교구 청소년국이 지역사회 안에서의 청소년 교육·문화·여가·복지 등 청소년과 관련된 환경개선 및 긍정적 사회문화 조성의 필요성을 인식, 설립한 법인이다.
지난 1998년 9월 21일자로 문화관광부로부터 설립을 인가받아 청소년의 심신수련과 지도 및 상담활동, 수련시설 운영 및 수탁 등 청소년과 관련된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을 주축으로 한 첫 해외봉사활동으로 주목을 받은 이번 해외자원봉사활동은, 대건청소년회가 경기도 청소년 활동진흥센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 라오스 정부 청소년단체 라오스 유니온(Lao People’s Revolutionary Youth Union)과 협력으로 청소년들에게 어려운 지구촌 이웃과의 직접 만남을 통해 자원봉사의 참 의미와 나눔의 실천을 고양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 라오스는?
라오스 인민민주공화국(Lao People’s Democra tic Republic). 동남아시아의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부에 있는 면적 23만6800㎢(한반도의 1.1배)의 내륙국으로 인구는 668만 명. 불교국가로 소승불교가 전체 인구의 95%에 이를 정도로 주를 이룬다. 1893년부터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어 지배를 받다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연방의 일부가 되었으며 1949년 7월 독립했고 1975년 공산혁명을 통해 사회주의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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