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면 제주도 집엘 가는데, 해녀들을 비롯하여 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 중에 제가 존경하는 동네 형님 한 분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문득 그 형님과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생각납니다. 새벽부터 바다에 나간 형님이 하루는 평소보다 일찍 바다에서 돌아오더니 “그물에 돌고래 세 마리가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좀 있으면 돌고래 조련사들과 전문 스쿠버들이 와서 그들과 함께 돌고래를 잡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돌고래 공연장의 돌고래들은 다른 나라에서 거액을 주고 사가지고 오기에, 돌고래를 그 사람들에게 주면 그들도 도움이 되고, 형님도 큰 돈을 사례비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시간 후, 돌고래 조련사와 전문스쿠버들이 10여 명 이상 도착했습니다. 나도 돌고래를 보기 위해 형님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습니다. 그 날은 파도도 엄청 높았고, 작업 시간도 길어져서 거의 4시간이 넘도록 바다에 있었습니다. 그물이 올라오고, 서서히 돌고래 세 마리는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자태였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돌고래를 잡기 직전, 돌고래들은 그물을 넘어 다시금 먼 바다로 가 버렸습니다.
나는 그물을 훌쩍 뛰어 넘는 돌고래들을 보면서 허탈과 실망이 너무 컸습니다. 심한 파도와 싸우며 4시간 넘게 작업을 했는데, 한순간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속상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형님에게 “형, 너무 아깝다, 그지! 정말 큰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형님은 오히려 더 웃으며, “원래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크게 욕심 낼 필요 없어. 그거 원래 내 것이 아니었는데…. 그리고 오늘 하루 정말 재미있었으니 그걸로 됐지!”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또한 ‘원래 내 것이 아닌데!’라는 그 말이 어찌나 깊은 묵상 거리로 다가왔는지! 물질적인 것 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생각까지도 ‘원래 내 것이 아닌 것’에서 자유로이 마음을 쓸 수 있다면 ‘집착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임을, 그리고 ‘허공을 손에 쥐고 그것이 내 소유인 양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득 우리 주님께서, ‘네 손을 뻗어라’(마르 3,5)고 하시는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깨닫는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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